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설 연휴에 부모님과 처가가 있는 대전을 다녀왔는데 마음이 불편하다. 장인어른이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명절날이라 그런지 서산으로 오는 길이 제법 밀렸는데 어느 지점에서부터 뚫렸기에 과속을 했는데 지나고 보니 도로 옆에 단속카메라가 있었다. 아무래도 보름 정도 찝찝하게 지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평소 출퇴근길에서도 속도를 조금 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이십여년 넘게 운전을 하면서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몇 차례 접촉사고와 범칙금납부 통고서를 받았는데 원인은 대부분 과속이었던 것 같다. 서두르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잘못된 운전습관 때문이었을까. 둘 다 해당되겠지만 과속에 대한 변명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격과 관련하여 변명하자면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과속을 하게 된 원인 같다. 물론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일찌감치 출발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딱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밀리기라도 하면 그 이후에는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되고 과속을 하는 것 같다. 때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운전대를 잡거나, 차안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빠른 템포에 맞춰 자연스럽게 속도를 계속 높이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무료한 경우에도 카레이서처럼 속도감과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 계기판의 숫자를 최대한 높여보았다. 또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량이 내 차를 앞지르면 공연한 경쟁심 때문에 과속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상대 차를 배려도 하면서 운전하기 보다는 시간에 쫓기면서 각박하고 경쟁스럽게 그러나 효율성을 따지면서 운전을 했던 것 같다.

환경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시간강사생활을 하면서 빨리 달리는 습관이 만들어진 것 같다. 시간강사는 이 대학에서 저 대학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강의를 하러다니기 때문에 속칭 보따리장사라고도 한다. 강의하는 과목이나 시간도 본인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각 대학에 맞춤형으로 적합화 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유자적할 수가 없다. 특히 오전과 오후에 강의하는 대학이 다를 경우 급하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서 차안에서 해결하거나 식사를 거르기도 하였다. 그나마 강의시간 전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다행이었다. 이러한 환경들이 과속을 하는 운전습관으로 굳어지게 했지만 그래도 시간강사를 했던 시절은 젊은 날의 풋풋한 추억으로 기억 속에 새겨져 있다.

한편 자주 다녀본 길이나 고속도로인 경우 과속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하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편안함과 안도감 때문에 무리하게 질주를 했던 것이다. 아마 두발달린 인간에게는 달리고 싶은 본능이 다 있을 것이다. 원시시대 초원에서 먹이감을 찾기 위해서 또는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없이 달렸던 잠재의식이 현대에 와서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으면서 액셀레이터의 페달을 세게 밟는 것으로 발현된 것이 과속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지나고 생각해보니 과속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태이다. 차량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며 특히 과속의 경우 본인이 치명상을 입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운전을 하면서 눈길이나 빗길에서 과속으로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눈길을 조심스럽게 달리다가 터널로 들어서길래 무심코 속도를 높였더니 터널 밖으로 나오면서 차가 한 바퀴 돌아서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맞은 편 차선에서 차가 오지 않아 망정이었지 차가 왔었더라면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또 한번은 야간운행을 하면서 졸음이 쏟아졌는데 빨리 집에 가서 쉬자는 생각으로 과속을 했다가 가드레일에 백미러가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다.

안전운전은 속도와 관련이 있다. 인생길도 안전하게 가려고 노력하는 마당에 운행 길은 말할 것도 없다. 운명은 재천이라는데 과속으로 운명을 결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뒤늦은 반성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