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동양일보]미리 말해두지만 이글은 여성 여러분을 폄훼하거나 폄격하기 위해 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이 글은 여성 여러분을 위해 쓰인다 함이 옳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성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어야 할 아름다움이 자꾸 사라져 가고 있어 이를 보다 못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붓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말을 하면 시대에 뒤떨어졌다할지 모르지만 요즘 여성들은 부끄럼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르고 또 부끄럼을 탈 줄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부끄럼은 여성 특유의 전유물일 수도 있어 보기에(느끼기에) 따라서는 매력이요 아름다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력과 아름다움을 언제부터인가 보기 어렵게 돼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잘난(되바라진) 현대생활 때문일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요즘 잘나고 예쁘고 똑똑한 여성은 참 많은데 수줍어하고 부끄러워 얼굴 붉히는 여성은 썩 드물어졌습니다.

부끄러움이 여성의 전유물이라 해서 덮어놓고 얼굴 붉히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 조선조 때의 여인들처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빵긋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여자란 청순가련형의 요조함이 여태까지의 미덕이요 부덕(婦德)이었다 이런 말입니다.

그래서 요조한 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는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란 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므로 청순가련형의 요조함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래서는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여성이 수줍어하고 부끄럼타는 것이 절대시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는 발랄하고 세련되고 능동적이며 유행에 민감한 활달 여성이 오히려 인기와 매력 있는 여자를 통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줍어하고 부끄럼 잘 타며 유행에 뒤진 여자는 촌티 나고 세련 안 돼 한물간 여자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머슴이라는 말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머슴이란 장난이 세차고 함부로 덜렁거리는 사내아이를 말함입니다.

여자가 활달 발랄하고 능동적인 것은 좋은데 이게 자칫 지나치면 말대가리 설삶아 놓은 것처럼 돼 여자로서는 젬병이 되고 맙니다.

왜 우리는 말하지 않습니까. 여자가 조신하게 여자답지 못하고 물 텀벙 술 텀벙 나대며 수탉처럼 억세면 천둥벌거숭이 같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함수초(含羞草)를 아실 것입니다. 이 함수초는 머금을 ‘함’, 부끄러울 ‘수’, 풀 ‘초’를 써서 부끄러움을 잘 타는 풀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건드리기만 하면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이는 식물 함수초는 일명 미모사(mimosa)라고도 하는데, 이 식물은 문자 그대로 부끄러움을 머금고 사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잎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아이고 부끄러워요 하고 얼굴 붉히듯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소엽도 서로 닫아 합쳐 부끄러움을 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마디로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는 식물입니다.

마치 수줍음 잘 타는 여인이 남정네 앞에서 부끄러워 얼굴 붉히며 고개 숙이는 형국과 흡사합니다.

여성 여러분!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함수초 같은 여성이 돼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래서 여성 본래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간직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이제 부끄러움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얼굴을 붉힐 수 있고 얼굴 붉힐 수 있어야 수치심을 알아 되모시 같은 뻔뻔함도 사라질 것입니다.

필자는 예쁘고 똑똑하고 잘나서 부끄럼 모르는 되바라진 여성보다는 덜 예쁘고 덜 똑똑하고 덜 세련되더라도 조신하고 요조하고 안존해 부끄러워할 줄 아는 함수초 같은 여성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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