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조영태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는 ‘뽀드장’이라 불리는 큰 개울이 있었다. 작은 배 몇 개가 있어서 그리 불렸던 것 같은데 이제 와 보니 그리 크지 않은 하천이지만 그래도 나와 친구들에게는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다.

대학을 다닐 때도 방학이 되면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거의 한 달 내내 지냈다. 결혼한 후에도 주말이면 텐트를 차에 싣고 국내 이곳저곳 유명하다는 캠핑장을 가족들과 함께 다니곤 했다. 요즘은 아이들이 따라다니기를 거부해 아내와 둘이 다니고 있고,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로 인해 겨울에는 캠핑을 다니지 못해 따듯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지역의 유명하다는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청주에도 이런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과거에 비해 청주에도 캠핑장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그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충북 내 다른 지자체에 유명한 캠핑장이 있어서 금요일 퇴근 후에도 갈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청주에 더 많은 캠핑장이 있었으면 한다. 얼마 전 청주 내 위락시설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부족하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낭성이나 현도, 옥산 인근에 큰 캠핑장 하나 들어섰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캠핑을 다니며 가장 좋은 것은 매일 반복되는 패턴에서 벗어나 캠핑장 주변의 좋은 자연경관을 맘껏 느낄 수 있고, 뭐니 뭐니 해도 캠핑의 꽃이라 불리는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 산이 있으면 산에 오르고, 강이 있으면 낚시를 하고 바다가 있으면 해수욕을 즐기는 캠핑이 나는 좋다.

어느 금요일 저녁에는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바다 가자”해서 짐 싸서 떠난 적도 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준비돼 있기 때문인데 막상 가서 보니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어 당황했다. 그렇지만 짜증나고 실망하기보단 웃으면서 부족한 건 옆집(?)에서 빌리고 또 내가 있는 것은 옆집에 나눠주면서 하루를 보내고 오기도 했다.

모기와 벌레들, 발바닥에 달라붙는 모래 때문에 캠핑이 싫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캠핑을 다니다 보면 그런 단점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점이 더 많다. 뜨거운 한 여름날 태양 아래에서 텐트 치고 짐 정리를 하자면 온몸에서 나오는 땀과 달려드는 파리․모기로 금방 지치고 짜증나지만 이내 시원한 맥주 한 캔의 청량감을 즐기고 나면 ‘이 맛이지!’하며 그 시간을 즐기게 된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즐기고, 눈이 오면 텐트 위로 눈 떨어지는 소리를 느끼며 김광균의 시 ‘설야(雪夜)’를 음미한다.

번쩍번쩍한 캠핑카를 보면 잠시 부럽지만 그래도 텐트 치고 타프 치고 땅바닥에 팩 박고 장작불 피워 고기 구워 먹는 그런 아날로그 식 캠핑이 나는 좋다.

다만 일부 캠핑족의 밤늦게 시끄럽게 술 마시고 소리 지르고, 금연 구역에서 담배 피우고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는 비 매너에 눈살을 찌푸릴 때도 많다. 캠핑장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본 매너를 지킨다면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캠핑이 될 것이다.

가끔 지름신이 왕림해 지갑이 텅 비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캠핑이 좋다. 이번 주말 저랑 같이 캠핑 가실래요?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