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변화 이끌 젊은 활동가 많이 등장하길…”

최윤정 전 충북청주 경실련 사무처장

“충북·청주 경실련이 신뢰할 만한 시민단체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시민들의 후원과 격려 덕분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가지만 그 동안 함께 힘을 보태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6일 충북·청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임기를 마치고 이제 다시 한 사람의 ‘깨어있는 시민’으로 돌아간 최윤정(55·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전 처장의 말이다.

그는 14년 전 충북·청주 경실련의 상근활동가로 시작해 6년 동안 사무처장으로 활약했다.

지역 3대 여성 시민활동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는 그렇게 맨 앞에서 젊은 활동가들에게는 나무 같은 존재로, 때로는 롤모델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대변하는 데 앞장섰다.

중소상인살리기 운동, 아파트 거품 빼기 운동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수많은 이슈와 담론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특히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확장을 막기 위해 벌인 중소상인살리기 운동은 당시 전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도 청주에서 가장 뜨겁게 진행됐다.

그의 치열한 노력은 결국 ‘유통산업 발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이끌어냈고 이를 인정받아 2011년 1월 8회 동범상을 받았다. 동범상은 지역의 대표 시민운동가였던 고(故) 동범(東凡) 최병준 선생의 뜻을 기려 매년 모범적인 활동을 벌인 시민운동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또 2016년 청주시청 인근에 충북·청주 경실련 시민센터 문을 열고 시민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고자 노력했다. 1층에 누구나 대관해 사용할 수 있는 카페형 열린공간인 ‘마주공간’을 마련했고, 2층엔 사무실과 회의실, 3층엔 작은 시민단체와 청년 사회적 기업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시민들과 가깝게 접촉해 시민과 시민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고자 한 그의 아이디어다.

그는 “어떤 이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려면 준전문가가 될 만큼 깊숙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며 “활동가였던 지난 날들은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던 훌륭한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84학번인 그는 1987년의 6월 항쟁이 가슴 속 깊게 자리잡혀 있다고 했다. 이화여대 교지 ‘이화’에서 활동했고 졸업을 앞두고는 서울 신당동 달동네의 한 교회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야학을 하며 세상이 바뀌기를 꿈꿨다.

졸업 후 출판기획자로, 인테리어 잡지의 기자로 활동했지만 결혼 후 1남 1녀를 두고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복잡한 도시에서의 생활에 싫증을 느꼈던 그와 그의 남편은 2003년 돌연 청주로 이사했고 2006년 40세의 늦은 나이에 충북·청주 경실련의 문을 두드렸다.

활동가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는 생활 속에서 얻은 주부의 시선과 평소 늦추지 않았던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시민단체의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는 이런 시점에 조직 내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등장해 그들만의 패기와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더욱 시민과 함께하는 단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