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실종된 국민의 정치 관심이 다시 움트기 시작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총리와 ‘빅 매치’를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4.15 총선의 막이 본격 오른 셈이다.

종로 출마와 지역구 불출마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던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심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들의 대결 확정은 무엇보다 정당 간 이합집산 분란, 인재영입 논란, 공천 혼란으로 시끄럽기만 하고 흥미는 못 주던 선거판에 악센트로 기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당·정·청 맏형 역할을 했던 이낙연 후보가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황교안 대표와의 대국은 보기에 따라서는 현 정권과 전 정권 간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이번 종로 대전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두 전직 총리가 정치 1번지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다음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두 사람은 또한 여권과 야권을 통틀어 가장 앞서 있는 차기 대선주자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설익은 의미 부여까지 뒤따르는 것은 그래서다.

두 사람이 선보일 선거 기치와 운동 양태 하나하나가 지역 민심과 전국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권 도전 등에 얽힌 두 사람의 정치운명이 총선 경합 양상과 승패에 크게 좌우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황 대표는 종로 선거를 ‘문재인 대 황교안’ 구도로 끌고 간다는 구상이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몸값을 키워 대결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전 총리 역시 기다렸다는 듯 언론 입장문을 내고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환영하며 종로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거론했다.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국민들이 보고 싶은 모습은 정권의 잘못이 있다면 매섭게 꾸짖는 것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다 내놓고 정정당당하게 선택을 다투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 들어 치르는 총선 구도상 황 대표는 국정 실패와 정권 심판을 앞세워 표심을 파고들 것이다. 이 전 총리에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만큼 범보수 세력을 총결집하려 할 것이 자명하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위상에 걸맞은 화두를 제시하며 품위 있게 경쟁하고, 유권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준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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