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윤 괴산북중 교장

박정윤 괴산북중 교장

[동양일보]나는 누구인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되는 사람. 누군가 나를 표현해 보라면 이렇게 나를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나만의 옷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과 물질을 버려야만 한다. 색깔이나 디자인 또는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뭔가에 끌려, 아니 뭔가에 씌여 샀던 옷. 이 옷 활용하려고 또 맞춰서 샀던 여러 가지 옷들과 장신구. 얼마나 많은 낭비를 하였던지. 남이 입은 거 보고 예뻐서 사서 입었더니 너무 불편해서 한번 입고 장롱 속에 보관해 돈만 버린 옷들. 자신의 체형도 모르고 그저 남이 입은 거 보고 예뻐서. 때로는 남 따라, 때로는 유명브랜드 따라. 우리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교육활동들이 있는데 그것은 간파 못하고 옆 학교 따라, 대세 따라 했던 교육활동들. 우리 아이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활동을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우리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활동이었으면 그들은 원하던 땅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이 원하던 내면세계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것을 찾도록 기다려 주었는가? 시간이 없다며 기다려 주지 않고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쏟아 붓고. 따라오지 못한다고 그들을 다그치고. 나에게 받은 상처로 아이들은 나를 얼마나 원망하였을까? 미안하다. 너희들한테 용서를 구한다.

사지 못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고 후회가 되는 옷이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과감하게 용기내서 그 옷을 샀어야 하는 건데. 옷 파는 사람이 기다려 주지 않고, 물건이 기다려 주지 않는데. 잘해주지 못했던 아이, 잘해주지 못했던 선생님, 실천했으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으나 주변의 반대가 예상되어 용기 내어 실천 못했던 교육활동. 모두 아쉬움이 남는다. 순간의 담력이 늘상의 역량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지금부터라도 용기 내어 실천해보리라. 이거다! 하는 옷을 바로 사고, 이거다! 하는 일을 바로 수행해야 할 순간의 담력이 나의 독특한 color였는데!

일부러 사려고 뒤지고 다닐 때는 못 샀으나 우연히 길을 가다 눈에 띄어서 샀던 옷, 그 옷을 만날 때까지 기다려 준 시간과 물질의 보류대가와 보상으로 선물 받은 옷. 어느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어느 교장선생님께서 알려준 교육프로그램. 평상시 하고 싶었던 교육활동이었는데 활용해봤더니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고 흥미로워 했던 교육활동.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 교육프로그램.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색깔이었어요!

즐겨 입는 옷은 편하고도 예쁜 옷이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편하고도 예쁜 옷이었던가?

예쁘게 보이려고 불편한 옷을 입고 있진 않았던가? 보여주기 위해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편하고 예쁜 교육활동이어야 하리라.

색상, 디자인 다 맘에 드는 원피스인데 약간 길이가 짧아 즐겨 입지 못했던 옷. 어느 날 집에서 굴러다니었던 예쁜 레이스를 달아 길이를 약간 더 길게 했더니 너무나 맘에 드는 옷이 되었다. 입는 이의 sense로 세상 빛을 훨씬 더 많이 보게 된 원피스. 연출가의 센스에 따라 결과가 확확 달라지는 교육활동들. 누가 그랬다. 수업은 skill이아니라 rapport라고. 요리도 skill이 아니라 sense라고. 엥프라멘스는 시선의 차이, 사고의 차이라고.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차이지만 그래서 더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고. 누구나 똑같은 모양과 디자인에 나만의 색깔, 나만의 차이 1%를 추가해 오래도록 long-run하는 멋진 교육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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