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대전·충청권 대학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초비상이 걸렸다. 이달 말까지 춘절 연휴를 마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꺼번에 입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대전·충남, 충북에는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이번 대처가 최대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역 대학에는 중국인 유학생 3991명이 재학하고 있고, 충남지역 대학에도 중국인 유학생 3338명이 재학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중국인 유학생 등을 14일간 자율 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전·충남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입국 이후 대학별로 자율 격리 조치를 받는다.

중국인 유학생(1164명)이 가장 많은 우송대는 개강을 다음달 16일로 2주 연기하고, 중국인 유학생은 개강 후 4주가 지나 입국하도록 통보했다. 4주 동안은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게 할 계획이다. 다만 신입생 50여명은 한국 생활 적응을 고려해 개강일에 맞춰 입국시키되, 전원 기숙사에 1인 1실로 격리할 예정이다.

한밭대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개강 2주 전 입국하도록 요청했다. 중국인 유학생 96명 가운데 기숙사를 신청한 45명은 1인 1실 격리 수용한다. 나머지 유학생들도 원하면 리모델링을 위해 비워둔 기숙사 한 동에서 격리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목원대(424명)도 개강 2주 전 미리 입국해 기숙사에서 격리 생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격리에 동의하면 2주 동안 기숙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한남대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100여명을 다음 달 24일까지 세 차례로 나눠 입국시킨 뒤 방마다 화장실이 갖춰진 기숙사 47실에 격리할 예정이다.

충남지역 20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3338명 중 2354명이 방학을 이용해 모국을 찾았다. 지금까지 347명이 우리나라로 돌아왔지만, 2007명은 아직 중국에 머물고 있다.

대학들은 입국 후 2주 동안 격리돼 몸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점을 고려해 유학생들에게 개별 입국을 자제하고 26~28일 사흘간 집중 입국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학생들이 입국하면 공항에서 전용 버스로 학생들을 수송하고 미리 확보해둔 기숙사나 학교 밖 시설에서 임시 격리 생활토록 할 방침이다.

충북의 주요 대학들도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해 개강을 1~3주간 미루고,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기숙사에 2주간 격리해 감염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기숙사가 아닌 개별적으로 생활하는 유학생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교와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충북지역 각 대학별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머물 기숙사에는 방역은 물론, 손세정제·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부터 열화상카메라, 도시락 제공에 이르기까지 만반의 준비를 다했지만 오히려 감염 우려와 불편함을 호소하며 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경우 충북대와 청주대 등 도내 12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2171명 가운데 74.3%인 1613명(지난 11일 기준)이 아직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충북대가 891명 중 571명(64.2%), 청주대 617명 중 533명(86.3%),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326명 중 273명(59.1%), 세명대 133명 중 81명(60.9%) 등이다.

청주대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이달 말까지 입국해 2주간 기숙사에 머물게 된다는 계획을 알리곤 있지만 참여율이 낮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자취생활을 하는 유학생들은 ‘우리가 왜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기숙사에 격리돼야 하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정래수·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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