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래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기획행정부 주무관

김기래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기획행정부 주무관

[동양일보]코로나19 바이러스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간호사 엄마를 병원에 빼앗기고 먼발치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엄마를 향해 허공 포옹하는 어린 딸과 “엄마가 괴물을 물리치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병원으로 향하는 간호사 엄마, 경계 근무로 열흘 이상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아빠를 영상통화로 애타게 찾으며 울부짖는 돌배기 아들과 그런 아들의 모습에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경찰관 아빠. 재난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생이별의 현장이 우한(아니, 우리 이웃에서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신종 코로나19로 폐쇄된 도시 중국 우한의 모습은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와 너무도 닮아 있다.

‘페스트’는 알제리의 작은 해변도시 오랑시에서 갑자기 죽은 쥐떼의 출현으로 페스트의 만연을 예고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 지역 사람들의 10개월 간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페스트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으로 오랑시가 전면 폐쇄되고 외부와의 모든 연락이 두절되며, 당국은 외부로 탈출하려는 사람을 사살하는 등 오랑시는 거대한 감옥으로 변하게 된다. 환자와 사망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가면서 시민들은 미신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다거나 국가가 오랑시를 포기하려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에 휘둘리며 혼란과 이기주의, 자포자기와 허무가 난무하게 된다.

그러나 오랑시의 의사 리외를 중심으로 신문기자 랑베르, 시청 말단 공무원인 그랑, 오랑시를 방문했다가 발이 묶인 타루가 의료자원 봉사대를 발대, 페스트의 확산을 막고 환자를 치료하는 등 공동체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한다.

때론 이들도 페스트의 공포와 위력 앞에 회의와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페스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자신들의 존재의의미를 찾게 된다. 결국 타루가 최후의 희생자로 쓰러지고 페스트는 언제 그랬냐 싶게 물러나며 끝이 난다.

까뮈가 페스트라는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페스트라는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며 끝없이 나약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의 모습, 그와는 반대로 의연히 대처하며 극복하며 희망과 긍정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회복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코로나19에 맞서있는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힌트를 얻게 된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 나약하게 움츠러들었고, 인간의 당연한 본성인 듯 이기심이 발동했으며, 수많은 유언비어에 현혹됐다.

그렇지만, 페스트의 등장인물들이 끝내 페스트를 물리치고 신뢰관계를 회복하며 인간에 대한 사랑을 증명했듯이 바이러스만큼이나 무서운 이기심과 불신, 무관심과 냉소, 절망을 이겨내야 한다. 내 가족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 환자, 관계 공무원일 수 있다.

이런 나의 가족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게 협조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위기를 공존과 화합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믿음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위기와 재난을 통해 커다란 대가를 치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따뜻한 본성을 확인하고, 견고한 믿음을 쌓기도 한다. 그 믿음의 시작은 페스트 소설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라는 의사의 물음에 “물론 그것은 공감이죠”라고 말한 타루의 대답과 우한 교민을 품은 진천음성 혁신도시 주민들의 따뜻하고 위대한 공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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