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홍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센터 주무관

서기홍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센터 주무관

[동양일보]우리는 잠을 자야만 한다. 수면욕은 인간의 가장 중요하고 큰 욕구 중 하나이며 굳이 욕구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잠이 필요할 땐 몸이 알아서 먼저 반응한다. 감기는 눈꺼풀만큼 무거운 것도 없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곤 한다.

한편, 잠보다 더 강한 욕구에 의해서 무언가를 수행하고자 할 때, 우리는 잠을 잊는다.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억지로 깨어있기도 하지만 수면의 욕구자체를 잊은 채 어떠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몸이 잠시 크나큰 욕구를 잊을 정도의 또 다른 갈망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인데, 이는 정신이 육체를 초월·지배하는 영역이다. ‘정신력’이라는 용어로 이를 아주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꿈은 이러한 잠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학문적 의미의 꿈은 잠을 자야만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수면 상태에서,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이 꿈이다. 다른 의미의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어떤 것들을 일컫는 의미로 쓰인다.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 꿈이라는 명사를 서술하기 위해서 ‘꾸다’라는 동사가 따로 존재할 만큼 꿈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이 두 의미의 꿈은 때때로 상충되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꿈을 ‘꾸려면’ 잠을 자야만 하는데, 꿈을 ‘이루려면’ 잠을 이겨내야만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당오락(4시간 자고 공부하면 합격, 5시간 자고 하면 불합격)’이라는 말은 학창시절, 특히 수험생 시절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말이며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라는 문구는 교실 급훈 등으로 한 때 유행하며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이 자발적으로 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을 수행하기 위해서 잠을 이겨내고, 아예 잠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잠을 멀리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잠이 부족하면 기억력과 집중력, 면역력 등이 떨어져 능률 저하, 두통, 감기 등의 사소한 문제에 시달리기도 하고,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노화가 촉진되며 골다공증 발생률까지 높아지는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꿈을 ‘이루는’ 데에 최우선적인 요소이며 그 이후에도 지켜내야 할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꿈나라로 갈 새가 없을 정도로 노력하여 원하는 꿈을 이뤄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소 가혹하고 극단적이다. 꿈나라로 가는 일 즉, 잠을 자는 것도 마냥 꿈을 이루는 것과 멀어지는 일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잠을 자야한다. 사람마다 충분한 잠의 양이란 같지 않으며, 본인에게 적당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이 또한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기본적인 욕구를 나름대로 충족시켜야 그 이외의 일에 대한 성취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언제쯤에나 충분한 잠을 자면서(꿈을 ‘꾸면서’)도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되는(꿈을 ‘이루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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