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예술의전당과 조화롭지 못해 ‘어색’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대형 조형물 ‘직지 파빌리온’이 설치돼 있다. 멀리 뒷쪽으로 단재 신채호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 ‘직지 파빌리온’의 이전 설치를 바라는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직지 파빌리온’이 청주예술의전당과 조화롭지 못한 조형물이어서 시각적으로 어색함을 유발하는데다가 우리 지역의 대표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동상 앞에 설치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된 이유는 당초 ‘직지 파빌리온’이 공공 조형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행사성 조형물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파빌리온은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을 뜻한다.

‘직지 파빌리온’은 2016년에 열린 ‘1회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을 위해 청주시가 이스라엘 출신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인 론 아라드에게 의뢰해 설치한 대형 조형물이다. 높이 약 12m, 넓이 64㎡ 규모로 고서를 엎어놓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당초 ‘직지 파빌리온’은 2016년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끝난 후 철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청주시는 ‘직지 파빌리온’이 앞으로 직지의 창조적인 가치를 대변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며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직지 파빌리온’이 미니강연, 소규모 공연 등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처음 제작될 당시 나무 재질의 내부가 보강 공사를 거쳐 철제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2018년에 열린 2회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에서는 원래 계획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

지역 예술인 A씨는 “지역 예술인들의 예술의 장인 청주예술의전당에 자리 잡은 커다란 ‘직지 파빌리온’이 흉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이 조형물이 굳이 청주예술의전당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B씨는 “조각품이나 미술품이 설치될 경우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처럼 커다란 대형 작품을 단재 신채호 선생 동상 앞에 설치한 것을 보면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행사성 조형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지 파빌리온은 미술 행정에 대한 부재, 예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행사의 성공개최만을 바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직지 파빌리온에 대한 여러 엇갈린 의견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아직 철거나 이전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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