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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미완未完의 퇴소
동양칼럼/ 미완未完의 퇴소
  • 김영이
  • 승인 2020.02.1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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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고국에서 보름간 격리됐던 우한 교민들이 무탈하게 퇴소했다. 물론 그들이 묵었던 지역도 무사하다.

지난달 31일과 1일 코로나19 발병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사는 교민 700명이 고국이 보내준 전세기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귀국했다.

이들은 항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귀국해 집에 갈 수 있는 무증상자들이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공포심과 14일의 잠복기를 감안해 별도의 수용시설에서 격리조치 한 것뿐이다. 우리와 똑같은 정상인에 불과한데 우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받은 것이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된 이들은 졸지에 감옥생활을 했다. 방역원칙에 따라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했고 보호자 보살핌이 필요한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을 썼다. 외출은 물론 면회도 금지되고 함께 수용된 교민들간의 만남도 할 수 없었다. 식사는 도시락이 제공됐고 방 밖으로 나오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 N95 마스크를 쓰고 이동해야 했다.

교도소와 다르다면 더 나은 시설에서 TV 시청, 가족 등 외부와의 연락이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한 이들은 지난 주말 무사히 격리시설을 나와 각자의 연고지로 갔다. 이들이 시설을 나서는 길 양옆에는 관계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줄지어서 퇴소를 축하했다. 수십 개의 현수막과 피켓이 떠나는 교민들을 따뜻하게 환송했다.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저런 장면을 보면서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언제는 농기계까지 동원해 죽자고 반대해 놓고 퇴소를 환영하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졌을까 궁금하다. 저들 속에 내 부모, 내 형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무리 님비 현상이 득실대는 세상이라지만 우한 교민도 우리 국민인데 저런 식으로 대해야만 했을까.

심지어 교민들을 병균 덩어리들, 세금 파먹는 벌레들, 영원히 추방시키라는 등 차마 같은 민족끼리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이 난무했다.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이런 행동은 정부 입장을 설명하려 현장을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계란, 물병을 던지는 등 격한 항의로 이어졌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앞에서 내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 앞에서 누굴 탓하겠는가. 그렇지만 검사 결과 음성인 교민만 국내에 들어왔고 철저한 격리생활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게 아니었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창궐한 우한에서 생활하느라 고생한 교민들을 더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넉넉함을 보여줬으면 보기에도 좋았을 거다.

많은 국민이 진천·아산 주민의 집단 이기주의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당사자는 언론이라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제기됐다. 또 국가적인 위기 앞에서 주민들을 설득하지 않고 오히려 선동한 자치단체장들과 정치인 등 지역 리더들의 무기력한 모습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아산·진천 주민들은 정부의 격리 수용방침이 확고했고 자신들의 격한 반발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따가움을 느껴서인지 입소전 환영 입장으로 선회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반발 없이, 아니 환영 속에 수용시설에 격리된 교민들은 보름동안 주민들의 지원과 격려 속에 무사히 잘 견디고 퇴소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런 와중에 경기 이천주민들의 성숙한 자세는 박수를 받았다. 그들은 3차로 들어온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 146명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미리 매 맞은 아산·진천의 학습효과가 작용했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을 거라면 주저없이 수용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비록 초반에 순탄치 못한 과정을 거쳤지만 진천·아산에서 보름동안 생활했던 우한 교민들은 주민들의 희생정신과 성숙한 포용, 전국적인 관심과 후원에 힘입어 추억을 안고 떠났다.

전국에서 진천·아산 주민들의 이런 모습에 감탄하고 찬사를 보낸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이왕에 보듬어 줄 거 애초부터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안아 줬으면 좀 더 깔끔하게 마무리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한 교민들의 퇴소를 보면서 다가 온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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