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뭐 이런 경우가 있나?"

주변에서 몇번이나 들은 얘기다. '이런 경우'에 숨은 진짜 표현은 '이따위 경우'다.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을 3월부터 재판 업무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사법농단 관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서 배제됐던 판사 8명 중 7명이 대상이다.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연이어 세 번째 무죄 판결을 내린데 따른 후속조치인 듯 보인다. 지금까지 선고된 사법적폐 관련사건 모두를 무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여론은 차갑다. 사안의 심각성과 국민 정서를 무시한 부적절한 조처라는 비판이 들끓는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말로 단순하게 넘기기 어려운 일이고, 국민들에게 사법정의 자체를 의심케 하는 절망감을 안겨준다.

자기네 식구를 피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이들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면서 스스로 밝혔던 이유마저 부정하는 꼴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행위가 ‘위헌적이긴 하지만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어떤 재판 개입도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사법농단 수사 결과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사건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식으로 판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면 앞으로 사법농단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저지를수 있다. 그러니 ‘뭐 이따위가 있냐’는 말이 나온다.

법원은 '재판은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이다'는 말을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이렇게 재판에 개입해 놓고, 그걸 인정해 놓고 이런 판결을 내놓으면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원의 이런 판결과, 그들에 대해 재판을 맡기겠다는 대법원의 계획은 앞으로 사법농단과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논의를 촉발시킬수도 있다.

재판 개입을 비롯한 사법농단은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는 위헌적 사안이어서 형사처벌 외에도 탄핵과 징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또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징계도 미적거리고 있다. 대법원은 검찰로부터 현직 판사 66명에 대해 비위 통보를 받고도 10명만 징계를 청구했을 뿐이다.

대법원은 위헌적 행위를 하거나 영장 내용을 유출한 '피고인 판사'가 재판 업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법적 정의를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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