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동양일보]한류열풍(korean wave fever)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문화강국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온 국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더 고무적인 것은 2000년 전후 한국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가 아시아 각국에서 방영되면서 일기 시작한 한류열풍이 이젠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과 ‘겨울연가’ 등에서 시작된 한류열풍이 이젠 영화와 게임산업, 한식과 관광산업 등의 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IT와 BT산업의 위상도 더욱 빛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가수 싸이의 열풍에 이어 BT소년단의 K팝과 군무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켜 한글 배우기 붐을 조성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의 상을 휩쓸면서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류문화의 기원을 살펴보면 중국의 고대 역사서인 ‘삼국지위지동이전’에 우리민족을 가리켜 ‘속희가무(俗喜歌舞)’라 기록돼 있는데, 이런 역사적 기록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부족국가시대부터 한류문화의 싹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밤문화 또한 역사적 근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헌강왕 때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처용가의 한 구절을 살펴보면 “ 긔 래(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당시에도 밤문화가 존재했음을 정확히 알려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오래 전 부족국가시대부터 노래와 춤, 그리고 밤문화를 즐겨왔던 것이다.

OECD는 회원국 중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수면시간이 가장 짧아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은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건강수준과 인생수명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2017년 고령화사회(노인인구 14%) 진입과 2025년 초고령화사회(노인인구 20%) 진입을 걱정할 만큼 인간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의 고된 노동과 짧은 수면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대체로 건강하게 사는 것은 우리 민족의 성격이 본래 낙천적이고 노래와 춤의 일상화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영향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현대에 이르러 한류문화의 싹이 튼 것은 K팝과 드라마가 아니고, 전통적인 사물놀이와 태권도, 부채춤이 아닌가 생각된다. 충북 청주의 한류문화 전파는 독일 프랑크프르트 카니발 참여에서 시작됐다. 프랑크프르트 카니발은 매년 봄 약 3시간 정도 로드쇼 형태로 진행되고 텔레비전으로도 생중계 되는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청주의 풍물단이 2000년부터 수년간 참여해서 현지 교민과 함께 사물놀이와 태권도, 부채춤 등을 선보인 결과,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물론 독일인들에게 이방인의 문화가 색다르게 느껴졌을 수 있겠지만 풍물놀이와 상모돌리기 태권도, 부채춤 공연은 현지인들에게 엄청난 감흥을 느끼게 했다. 관람객들은 연신 한국 최고라는 뜻으로 남바 원 코레아, 분더바 코레아를 외치며 열광했던 것이다. 그리고 현지 독일 TV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열광하는 독일인들의 반응을 염려해서 이방인의 문화에 너무 빠져들지 말자는 자성의 아나운서 멘트까지 내보냈다니, 이것이 17년 전 우리 민족이 독일에서 보여준 한류의 시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잠시 당시 행사에 참가했던 분들의 참관기를 읽어보면 한류열풍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 “행진을 하면서 북을 치는 것도 흥겨운 일이었지만 우리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을 구경한다는 것은 더욱 재미있었다. 관중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코레아를 소리치면서 엄지손가락을 보여주고, 남바 원이라는 판토마임도 하고, 계속 우리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내왔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문화는 꼭 K팝과 한류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고유전통문화를 잘 포장해서 해외에 진출하면 얼마든지 성공적으로 현지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21C는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의 세기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문화! 끝없는 도전과 성공만이 한류문화의 꽃을 지속적으로 피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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