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대신 영상제작소 확정…문화재 인정되면 ‘검토’

청주시가 2016년 11월 소로리 마을에 건립한 소로리볍씨를 상징하는 기념탑.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소로리볍씨박물관’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청주시의회는 19일 열린 4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옛 옥산초 소로분교에 세계 최고(最古) 청주 소로리볍씨박물관 건립을 촉구하는 청원’을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소로리볍씨박물관 건립을 바라던 장소인 옛 옥산초 소로분교에는 2022년까지 영상제작소가 들어선다. 1만5362㎡의 터에 건축 전체면적 2220㎡ 규모다.

소로리볍씨는 1994년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수립돼 충북대 박물관에서 사전 지표조사 실시를 시작으로 1997~1998년 1차 발굴, 2001년 2차 발굴을 통해 130여알의 순화벼와 재배벼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출토된 볍씨는 서울대 방사선탄소연대측정 연구실과 미국의 지오크론 연구실, 애리조나대학교로 보내져 1만5000년 전의 절대 연대값을 얻어 청주 소로리볍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확인됐고 여러 국제회의에서 공인됐다.

이에 따라 소로리볍씨기념사업회와 옥산면 소로1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청주의 소중한 자산인 소로리볍씨박물관 건립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고 지난해 12월과 1월, 2회에 걸쳐 옛 옥산초 소로분교에 소로리볍씨박물관을 건립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시는 답변서를 통해 ‘소로리볍씨 관련 시추조사 결과보고서 등 추가로 학술적 연구가 진행되고 이후 소로리볍씨가 문화재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될 경우 관련 박물관 건립 등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옥산초 소로분교는 원래 소로리볍씨 박물관이 들어서기로 했던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2016년 청주시가 청주교육지원청교육장에게 보낸 ‘폐교예정재산 소로분교 활용계획 검토 협조’ 공문을 보면 ‘소로리 상징탑 건립과 함께 소로리볍씨의 홍보를 위해 폐교예정인 소로분교에 볍씨 관련 박물관 및 전시관 건립’을 건의하고 있다.

주민 A씨는 “청주시가 교육청에 소로리볍씨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며 대토와 환지 절차를 거쳐 소로분교를 소유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이 곳에 영상제작소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소로리볍씨 시추조사 결과 분석작업에 들어갔는데, 문화재로 공식 인정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소로리볍씨가 학계에서 문화재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되면 소로분교가 아니더라도 박물관 건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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