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확진자가 20일 오후 기준으로 총 104명으로 급증했다. 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날 발생한 신규 환자 가운데 대다수는 감염 경로가 여전히 미궁인 31번 환자가 다니던 신천지 대구교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종교행사 특성상 감염자는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31번 환자가 참석했던 이달 9일과 16일 예배 참석인원이 최소한 1천명이 넘는다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당시 예배에 참석했다는 신천지 교인 1001명을 자가격리시켰지만, 이들 가운데 '증상이 있다'고 답한 사람만도 이미 90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할수록 필요한 의료 시설과 인력이 많아지게 되고, 수용 능력이 한계를 넘어서면 대응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현재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29개 의료기관의 음압 병실은 161곳, 병상은 198개뿐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발생 때 방역체계 안으로 편입되는 지역거점 병원과 민간 의료기관을 모두 합쳐도 음압 병실은 755개, 병상은 1천27개에 불과하다.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면 시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경북은 음압 병상이 54개뿐이어서 지금 추세라면 곧 병상이 동나게 된다. 종합병원 응급실이 의심환자 방문 등으로 폐쇄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당장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일반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전염병이 장기화, 일상화할 수 있는 만큼 의료체계의 체질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현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인식에 따라 방역대응 체계 변화를 모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임대료조차 못 내는 자영업자를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경보 수준은 휴교령, 집단행사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심각' 단계로 격상하지 않고 '경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역사회 전파가 아직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그렇다고 조금의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해선 철저한 방역체계 가동이나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와 함께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 중소병원까지 진단키트를 보급해 누구나 검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면 '슈퍼 전파자'가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더라도 초기부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다는 전문가들 조언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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