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자체 ‘이송 작전’…첫날부터 차질 빚어
‘학교 밖 유학생’ 439명, 관리 사각지대 우려도
식당·PC방 등 주변시설 능동감시 등 대책 필요

24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기숙사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2주간 기숙사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24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기숙사에 도착한 중국인 유학생이 직원 안내를 받고 있다. 이들은 2주간 기숙사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충북 주요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24일 본격적인 입국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지자체와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셔틀버스 이송이나 기숙사 격리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많아 방역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2개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한국어 연수과정 포함) 2188명 중 1303명이 다음달 초순까지 입국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이미 국내 체류 중이거나 휴학 등으로 입국을 미뤘다.

유학생 입국을 맞아 대학과 지자체는 ‘이송작전’을 세우며 대응에 나섰으나 첫날부터 차질이 빚어졌다.

충북대는 이날 인천공항에 셔틀버스 2대를 보내 2회에 걸쳐 유학생 24명을 이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차 셔틀 탑승 예정 14명 중 9명만이 탑승했다. 입국시각 등이 맞지 않는 나머지 유학생들은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학교로 이동한다.

508명이 입국 예정인 청주대 역시 이날 셔틀버스를 인천공항에 보내 8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학교로 이송했으나, 각자의 방법으로 이동한 학생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 도착한 유학생들은 선별검사소 검사 후 기숙사로 이동했다. 이곳에 들어간 학생은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살펴 2주 동안 격리된다.

충주에 있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는 24~27일 중국인 유학생 163명이 입국하며, 43명이 입국 예정인 한국교통대와 통합 셔틀버스를 매일 2회 운행키로 했다. 제천 세명대는 23~26일 1일 1회 셔틀버스를 운행해 유학생 35명을 이송한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을 거부한 ‘학교 밖 유학생’은 관리 사각지대 우려가 나온다. 대다수가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상태를 묻거나 위생관리를 당부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충북대 218명, 청주대 213명, 중원대 8명 등 3개 대학 439명이 자취방 등에서 14일을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지침상 이들을 강제로 기숙사에 수용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학교, 식당, PC방, 당구장 등 유학생 출입이 많은 주변 시설에 대한 능동 감시가 절실한 이유다.

학교 측은 유학생 휴대전화에 설치된 ‘자가진단 앱’ 등을 통해 그들이 입력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하루 1회 이상 전화 점검을 한다. 연락두절 학생은 지자체와 협조해 소재지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이들의 동선을 100% 파악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주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입국 시각이 제각각인 유학생을 모두 버스로 이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셔틀을 타고 왔다고 하더라도 각자 집으로 가는 학생들도 있어 완벽한 격리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이날 열린 ‘충북도 재난안전대책회의’에서 “입국 예정 유학생 1300여명 중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400여명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400명이 어디로 갈지 동선 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중국인 유학생을 강제로라도 합숙 관리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여러 번 건의했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충북도와 교육청, 대학, 시군이 참여해 별도의 실무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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