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방문객 발길 '뚝'… 영업 포기 점포도 줄줄이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지역 상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인근 율량2지구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긴 말 필요 없이 길거리에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둘러보세요. 원래부터 경기가 안 좋았지만 이번 전염병(코로나19)으로 사람들 발 길이 뚝 끊기면서 우리들 밥줄도 끊기게 생겼습니다. 월세도 내야하는데 수입이 없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전국 3대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인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식료품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의 말이다.

하루 2만~3만 명이 왕래하던 육거리종합시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쳐 갔다는 소식에 하루아침에 손님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상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육거리종합시장 상인회는 아침·저녁으로 방역을 하고 있고 상인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손세정제 사용을 의무화 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철저히 시키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무서운(?) 곳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성낙운 육거리종합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우리 시장의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구입한 것도 아니고 단지 지나가기만 한 것인데도 많은 고객들께서 노파심에 발길을 끊은 상태”라며 “이미 방역당국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해 ‘밀폐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 없어 안전하다’고 밝힌 상태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상인들의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는 청주에서 가장 핫한 율량2지구(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인근)도 빗겨가지 못했다. 25일 밤 평소 같으면 거리에 많은 사람들로 붐빌 율량2지구는 핫 플레이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있는 장소)란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또 맛집으로 소문나 앉을 자리도 없이 손님들로 가득했던 가게들도 듬성듬성 빈 테이블이 많았고 심지어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눈에 띄었다.

7년째 율량2지구에서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식당에선 지난 일요일부터 예약이 전면 취소되고 하루 종일 한 팀도 받지 못 하는 날이 생기면서 평소대비 매출이 10~20%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한정식집에선 매출이 현저히 떨어져 직원 10명 중 6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해고당한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재소를 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율량동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율량2지구 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점포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월부터 평균 매출이 약 4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율량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2일부터는 매출이 70~80% 가량 줄어들자 월세나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음날인 23일부터 영업을 포기한 점포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량2지구 내 160여개 점포의 평균 월세는 평당 10만원 꼴이다. 특히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인근의 메인상권은 10만원을 훌쩍 넘게 형성돼 있어 20~25평 기준 월세가 200만~30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점포의 한 달 평균 총 매출액은 75억원이며 이 가운데 임대료가 25억원에 달해 월세가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요식업의 경우 월세가 매출의 10%를 넘어가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의 부담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희재 청주율량동 상인연합회장은 “율량2지구 내 흑자경영을 하는 점포는 60%정도이고 나머지 40%는 적자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사태로 더욱 악화돼 큰 문제”라며 “타 상권에 비해 상인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영업노하우나 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위기를 극복하기에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서울·대전·울산·대구·전주의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점포임대료를 5~20% 인하하거나 동결하다는 이른바 ‘착한 건물주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주에서도 건물주와 상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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