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문

우관문 <괴산 감물초등학교 교장>

[동양일보]따뜻한 밥 한 끼를 사는 마음이 박사보다 더 높다 해서 ‘박사 위에 밥사’, 밥사 보다 더 높다하여 ‘밥사 위에 감사’, 그 감사보다 더 높은 것은 봉사라 하여 ‘감사 위에 봉사’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운 이웃에게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여 따뜻한 세상으로 만드는 일이 가장 명예롭고 행복한 삶임을 알기에 나또한 그 길을 함께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정기 후원하는 단체가 있고 개인적인 여행지였던 캄보디아 수상가옥의 학교와 네팔 안나푸르나 직지원정대 추모등반 길에 만난 학교 학생들에게 문구류와 전통기념품 등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연합봉사단에(경기권역·충청권역·부산울산경남권역 초등교육전문위원 23명, 굿네이버스 스텝 3명) 단장으로 참여, 5박6일 일정으로 ‘글로벌 시민학교 몽골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둘째날, 굿네이버스 결연 가정에 게르 지어주기 봉사 체험을 위해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시멘트벽돌 건물들과 움푹 파인 비포장도로 등을 보며 내 초등학교 시절인 우리나라 70년대 풍경을 보는 듯해서 정겨웠다.

오전에 게르 짓는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집터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게르를 짓기 시작했다. 먼저 바깥쪽에 구멍이 뚫린 둥근 나무판에 가운데 중심 기둥을 세운 후 사방에서 100여개의 나무들을 끼우고 바깥 기둥들과 연결하고 밧줄로 튼튼하게 매어주어 외벽을 만들었다. 양털덮개로 옆면과 지붕을 덮은 후 지붕에 비닐을 씌우는 것으로 게르를 완성하자마자 때마침 빗방울이 후두룩 떨어지기 시작했고, 주황색 꽃무늬 출입문을 완성하니 세찬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리 모두 게르 안으로 들어가 ‘좋은 일을 하다 보니 하늘이 고맙게도 비를 참아주었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 잘되는 것처럼 이 게르에서 살 가족들은 축복 받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게르에 살 몽골 현지인 부부와 아들1명, 딸 3명이 비를 쫄딱 맞고 게르 안으로 들어왔다. 봉사단은 환호와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가족들은 기쁨과 감동의 표정으로 감사하다며 우유를 따라 주었는데 한 모금씩이라도 마셔야 복이 들어오고 그게 예의라는 말에 모두 돌아가며 마시며 축복을 빌었다. 마지막으로 파란색 천을 천정의 대들보에 단장인 내가 대표로 정성스레 묶어주며 ‘이 집에서 부자 되시고 대박 나시라고’ 덕담을 건넨 후 게르 지어주기 체험을 마무리 했다.

셋째 날은 학교방문 수업봉사의 날이었는데, 몽골 아이들과의 만남에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전날에 잠을 설쳤다. 몽골에서 117번째로 지어진 학교라서 ‘117번 학교’라고 학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 봉사단은 4개팀으로 나눠 각 교실에서 미리 준비한 한국 전통놀이, 에코백만들기 등 예체능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팀에서는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수업을 했는데 양국의 우정과 굿네이버스에 고마움을 생각해보는 의미로 우리 한국의 영어 약자 ‘KOR’, 몽골 ‘MOL’를 써넣고, 굿네이버스 CI를 그려 넣어 완성한 후 소감 발표를 하도록 했다. 한 학생이 수업 마무리 발표시간에 “한국과 몽골 약자 아래 비둘기를 그렸는데 그 이유는 두 나라가 사이좋고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고,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고마웠다. 비록 언어와 환경이 다르고 짧은 봉사기간이었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결연가정 방문 상담과 바우쳐 선물 전달, 사회적 협동조합 방문, 게르에서의 수료식 등으로 몽골봉사활동을 모두 마치며 좋은 분들과 작지만 소중한 발걸음으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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