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온통 코로나19 뿐이다. 감염병이 전국 각지로 확산하면서 국민들이 겪는 불안감과 두려움,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상권은 급속도로 붕괴돼 상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고 산업활동도 크게 위축돼 가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 자체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른 시일 내 진정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기능이 마비되고 나아가 엄청난 비용 손실이 초래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는 코로나19를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단순한 믿음이나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거두는 현상)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아무리 코로나19 광풍이 몰아친다 해도 우리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 있다. 판사의 정치적 발언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동진(51· 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

김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필자는 그가 진보든, 보수든 개의치 않는다. 다만 판사도 국민의 녹을 먹는 공무원 신분인 만큼 그의 위법한 행동에 대해 ‘법대로’ 처리를 요구할 뿐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하야를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3년에 즈음한 현재에 이르러 그동안 천명해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철회하기로 심사숙고 끝에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정수반으로서 헌법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본인의 의지와 능력이 그 정도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 대통령직을 하야하기를 요구한다”며 하야를 촉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권력의 핵심이 저지른 조국 사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스스로 ‘마음의 빚’ 운운하면서 조국 전 교수가 ‘어둠의 권력’을 계속 행사하도록 권력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방조하는 행위가 과연 민주공화정을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지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조국 감싸기를 질타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법원 내부 게시판에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개입 사건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두고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질타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게시 글을 직권으로 삭제하고 법관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그의 글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통령이든, 누구든 비판할 자유가 있다. 때문에 그가 판사라 해서 사상의 자유를 제약받아선 안된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그가 이런 글을 일기장에 썼더라면 혹 모르겠다. 그는 법원 내부 게시판도 아닌 페이스북에 올려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과연 이같은 행태가 공무원으로서 합당한 지 묻고 싶다.

그는 논란이 일자 삭제했는데 곧 바로 삭제할 글을 왜 SNS에 올렸나. 자신이 쓴 글이 떳떳치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 게 아닌가.

공무원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

우리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법이 얼마나 엄격하게, 무섭게 작용하는지 수없이 봐 왔다. 심지어 선관위는 SNS에서의 선거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공무원들에게조차 가혹하리만치 엄중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만약에 일반공무원이 김 부장판사처럼 대통령 하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상상에 맡기겠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겨 기소된 일반 공무원들에게 최종적으로 법의 심판을 내리는 것은 판사다. 대통령도 법을 어기면 그들 손 안에 있는 세상이다.

이렇듯 엄청난 자리에 앉아 있는 판사가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할 말, 못할 말을 마구 쏟아낸다면 사회는 공정성을 잃고 혼란스러워진다. 판사에게 정치적 중립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판사는 재판만 공정하게 하면 된다. 선거로 뽑힌 국가원수를 마음에 안든다고 하야하라고 하는 것도 판사가 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안하고는 자유지만 밖으로 드러내 논란을 자초할 것 까지는 없었다. 코로나19 속에 은근슬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