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약속 지켜져야" 메시지 남겨

진천군 초평면 한 촌부의 마지막 메시지(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진천군 초평면에서 한평생 농사를 짓다 지난 24일 세상을 등진 한 촌부의 죽음 직전 남긴 메시지가 공직 사회와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고 있다.

세상과 인연의 끈을 놓기 직전 쓰인 그의 힘없고 삐뚤어진 글씨에는 국민과의 약속, 국민을 섬김의 정도(正道), 공직자들의 자세에 대한 경고등이 적혀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 출마 여야 후보들도 반드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세상에 홀로 남겨질 부인에 대한 걱정과 애틋함으로 시작된 그의 쪽지. 이승의 삶을 80해 조금 넘긴 그는 눈을 감기 4시간 전 곁을 지키던 가족에게 종이와 연필을 달라더니 "사랑하는 당신. 옛날 일찍이 이 못난 나에게 시집와 살면서 너무 없는 살림살이에 고생 많았소"라고 써 내려갔다.

이어 "입장에 사는 처제와 만나 맛있는 것 많이 사먹으면서 살길 바라오"라며 "우리 인생길이, 이 세상에서 저 세상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할 줄은 몰랐어요"라고 죽음을 맞이하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초평면)용정리 지전마을분들 안녕히 계세요"라고 한평생을 함께 해 온 마을 사람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전한 뒤 돌연 송기섭 진천군수를 향해 "송 군수님 '진천시' 건설을 못 보게 돼서 죄송합니다"라는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에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송 군수는 이 소식을 접한 뒤 한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 군수는 지난 민선6기 보궐선거 당시 '진천시 건설'을 제1 공약으로 내세웠다.

송 군수는 26일 "(공직자로서)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면서 "특히 선출직 공직자로써의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는) 무한 책임과 자세를 되새기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진천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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