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자보다 정보 유출공무원 색출에 급급

[동양일보 최재기 기자]천안시의 코로나19 대응이 미숙해 시민들의 혼란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 이틀 간 4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확산 추세에 있지만, 천안시 방역당국은 감염경로는 물론이고 밀접 접촉자 신원 파악도 제대로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2번 확진자 신원과 이동경로 정보가 인터넷 등에 사전(브리핑 전) 유출되자 유출공무원 색출에 나서 비난을 사고 있다. 시는 유출자를 직위해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한다.

천안시는 26일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브리핑을 갖고 이동경로와 접촉자 파악 현황, 조치사항 등을 공개했다.

박상원 천안시 행정안전국장은 "확진자들에게 신천지, 대구와의 연관성을 물어 봤는데, 본인들은 ‘아니다’고 한다"며 "동선이 겹치는 것은 확인했지만,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밀접 접촉자 파악 및 범위, 확진자 방문 장소 폐쇄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시 방역당국은 1번 확진자 36명, 2번 확진자 4명, 3번 확진자 5명 등 총 45명의 밀접 접촉자를 파악해 코로나19 검체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설명했다.

운동 강사인 2번 환진자의 수강생이 5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밀접 접촉자는 고작 4명으로, 3번 확진자는 미용실 운영하고 있는데도 밀접 접촉자를 5명으로만 분류했다.

이처럼 당역당국은 밀접 접촉자를 정확히 파악해 차단해야하는 방역의 기본 수칙을 무시했다.

이기혁 천안서북보건소장(방역대책부본부장)은 운동 수강생과 미용실 방문객 숫자, 신원 파악 등을 묻는 질문에 “경찰 측에서 ‘신원 파악은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청주시는 경찰과 카드사 등의 협조를 얻어 나흘 만에 택시운전 확진자의 승객 62명을 모두 찾아낸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대응력이다.

확진자들의 방문 장소 폐쇄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행동을 보였다.

피트니센터와 병원 등 확진자 방문지 대다수가 임시 폐쇄에 들어갔지만, 2번 확진자가 다녀간 VIP사우나는 계속 영업 중이다. 사우나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문을 열어도 된다’고 해 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소장은 또 방역 투입 인원과 방역방법을 묻는 질문에도 우물쭈물하면서 “방역업체에 맡겼다”고만 말하고 답을 하지 못했다.

지역 의료 전문가는 “확진자 이동경로와 밀접 접촉자 신원 등을 정확히 파악해 음성이 나왔더라도 자가 격리와 긴급방역 소독을 발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천안시의 방역 대응 수준이 너무 미숙해 확산 추세인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천안 최재기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