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수직선처럼 가파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집계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현재 국내 확진자는 총 1595명이다. 밤새 334명이나 늘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하루 증가 인원으로는 최고치다. 전날에도 284명이 발생해 하루가 다르게 기록을 갈아치우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국내에서 186명의 환자가 나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보다는 70여만명이 감염된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 2005년 5월 첫 환자가 나온 메르스는 한 달이 넘어서면서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반면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는 종식까지 1년이 걸렸다. 코로나19는 치사율이 메르스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전파력은 신종플루보다도 강하다는 특성을 지닌 것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의료 자원의 배분을 위해서라도 메르스 기준으로 마련한 현 감염병 대책을 바꿔 신종플루 사태를 교훈 삼아 장기적 안목에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상을 뛰어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의료 대란'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국의 음압병상은 793실에 1077개뿐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수와 비교해서도 턱없이 모자란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는 그 양상이 이미 의료 대란 수준이다. 대구의 누적 확진자는 1017명에 달했지만, 음압병상은 63개에 그친다. 격리병상 역시 넘쳐나는 환자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구시가 민간병원까지 끌어들여 급히 마련한 격리병상은 5개 병원에 783개다. 전체 확진자의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구의료원 등지에 입원한 일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내보내고 300여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급증하는 환자 수를 따라잡기 어려운 처지다. 의료인력 역시 태부족이다. 대구에는 정부가 파견한 의사 38명과 간호사 59명 등 의료진 101명과 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투입한 의사·간호사 등 120명이 배치됐다. 여기에 전국에서 지원한 공중보건의 등 250여명이 투입됐지만, 힘에 부치긴 마찬가지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와 감기 증상이 있는 대구시민 2만8000여명의 진단검사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과 민간기관이 맡은 코로나19 검체검사 역시 장비와 인력 부족난에 허덕인다.

코로나19는 이제 방역상 봉쇄 위주의 초기 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전에 대비할 때다. 장기전에는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전국이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들어간 상태여서 강 건너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의료진과 의료시설 부족난을 겪는 대구·경북을 돕기 위해 다른 지자체가 이 지역 확진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길 권고한다. 정부와 기업은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경우 진단서 없이도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해야 한다. 모든 국민도 스스로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익숙지 않은 일이지만, 당분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간 '거리 두기'를 의도적으로라도 실천해야 한다. 코로나19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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