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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베드 사이드 스토리
풍향계/ 베드 사이드 스토리
  • 동양일보
  • 승인 2020.02.27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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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동양일보]이스라엘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잠자기 전에 들려주는 간절하고도 간곡한 이야기.

이를 ‘베드 사이드 스토리’라 한다.

이 ‘베드 사이드 스토리‘는 하느님 말씀과 조국애 민족애 충성심 단결력 같은 것을 들려주는(혹은 읽어주는) 것을 말함인데 이는 교훈과 교의(敎義)라는 뜻을 갖고 있으면서 유태인들의 정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정신문화 원천이 됐다 할 수 있는 ’탈무드‘가 그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잠자기 전 어머니로부터 밤마다 꼭 하느님 말씀과 조국애 민족애 충성심 나라 사랑과 단결력을 밤마다 들어 생활처럼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국가 지상주의가 정신 깊이 박혀 있다.

그래서 자기 나라보다 물경 스무 배나 더 큰 아랍공화국을 단 6일 만에 쳐부수지.

이스라엘이 자기들보다 스무 배나 더 큰 아랍공화국을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조국에 전쟁이 나자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유학을 간 이스라엘 학생들은 조금도 지체없이 책가방을 팽개치고 조국으로 돌아와 총을 든 채 전선으로 달렸고 아랍공화국 청년들은 주소를 이중삼중 숨기고 몸을 피해 고비원주 달아났다.

이래서 이스라엘은 6일 만에 이겼다.

그러니까 이 전쟁은 ’베드 사이드 스토리‘가 이기게 한 것으로 ’시오니즘‘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2천년 동안 갖은 박해와 온갖 시련을 겪으며 실지회복(失地回復) 운동을 벌이면서도 신에게 선택된 유일한 민족으로 자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베드 사이드 스토리‘가 우리에겐 없었는가?

있었다. 있어도 아주 근사하게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여름밤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앉아 쏟아질 듯 현란한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가족이 저녁을 먹고 난 다음 할머니(또는 어머니)가 당신 무릎에 손자를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효자, 효녀, 충신, 열녀, 공주, 왕자 얘기를 끝도 없이 들려주셨다.

이런 얘기는 겨울철에도 들려주셨는데 이상한 것은 어디선가 다듬잇소리가 또드락 또드락 들려오고 등성이 너머에서 개 짖는 소리가 컹컹 들려올 시각에 시작되는데 한낮에 들려주는 얘기는 귀신 얘기, 호랑이 얘기, 이무기, 구미호, 달걀귀신, 소금장수 얘기 같은 아주 무서운 것으로 들려주시다가도 밤이면 꼭 효자, 효녀, 열녀, 충신 같은 장하고도 아름다운 얘기만을 들려주셨다.

그러면 이날 밤엔 영락없이 효자가 되고 충신이 되고 공주와 열녀를 만나는 꿈을 꾸었다.

그러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베드 사이드 스토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나 어머니 무릎에 앉아 이런 얘기를 듣고 자라는 어린이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썩 드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어서 곡지통(哭之痛)할 노릇이다.

우리의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고 똬리 놓고 이응 자도 모르는 까막눈이었지만 위로 어른을 잘 모시고 아래로 자식을 잘 거느린 상봉하솔(上奉下率)로부터 형우제공(兄友弟恭) 이웃 화목을 사람이 행해야 할 덕목 중에서 가장 크고 옳은 덕목으로 알았다.

그랬으므로 지난날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많이 배워 잘나고 똑똑하다는 요즘의 할머니나 신세대 어머니들보다 못나고 무식했을망정 적어도 손자 사랑 자식 사랑만은 훨씬 더 지고하고 지순했다.

생각 느니 이제는 할머니나 어머니들의 그 눈물겹게 아름다워 거룩하기까지 했던 얘기는 영영 전설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지는가?

회복해야 한다. 부활시켜야 한다.

바빠서, 지금이 어느 시댄데, 구시대적 향수 따위는 이제 버려야 한다는 따위의 알량한 핑계는 집어치워야 한다.

지금 우리는 자식에 대한, 손자에 대한 지고지애(至高至愛)가 무엇인지 깊이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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