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영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신진영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신진영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아침 6시, 팔순 아버지의 일과가 시작되는 시각.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자마자 이불을 손수 개고 욕실로 향하신다. 나날이 얼굴단장에 신경을 쓰시는 듯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 나시면, 50대 딸(나)은 얼른 향기 좋은 로션을 얼굴에 발라드린 뒤, 큰아들이 사준 옷가지들로 때때옷단장을 해 드린다.

치매를 앓으시는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얼마 전부터 노치원(노인유치원)에 보내드린 후 생겨난 우리 집 아침풍경이다. 노치원에 나가신 후로 아버지는 매일아침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 노치원 차량을 기다리신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환자가 늘면서 ‘노치원(노인유치원)’이 새로운 사회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치매 관련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같은 처지의 노인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마음의 치유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 요양원 입소보다 치매환자의 자존감을 높이고, 저녁이면 각자 귀가해 가족과 함께 해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높아진다.
저녁6시, 일과를 마치고 노치원 차량에서 내리는 아버지께 오늘 하루 즐거우셨냐고 물어보면, 전에는 말수가 거의 없던 분이 노치원 이야기로 (맥락은 없으나마) 수다스러울 만큼 표현도 느셨다.

이렇게 아버지와 함께 지낸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1년 전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뜩이나 치매를 앓으시면서) 홀로 남으신 아버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방문요양사의 도움을 받는 동안에도 외로움의 그늘을 메워드리진 못하는 것이 늘 마음이 아렸었다.
그런데, 노치원을 다니신 후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아버지를 보면서 온 집안 분위기까지 환해졌다. 백세시대가 축복이 되려면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그것이 짐이 아니라 행복의 요소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았던 진시황도 결국 영생은 얻지 못하고 그의 사후를 지키는 거대한 병마용만 남겼을  뿐이다. 불로장생은 이룰 수 없지만 편안한 노후는 개인과 사회가 함께 잘 준비  하면 얼마든 가능하다.

현재 충북의 노인인구는 27만 명으로 도민의 17%다. 벌써 충북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11개 시·군 중 6개 지역의 고령화율은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화사회다. 2023년이면 충북도 전체가 초고령사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노후가 축복이 되려면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공동체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하리라.

오늘도 귀가해 하루일과를 주섬주섬 자랑하시는 아버지 등 뒤로, 노치원 원장님의 메신저 벨소리가 연신 울린다. 종일동안 노치원에서 아이처럼 행복해하신 어르신들의 사진과 동영상이리라.
자식을 유치원 보내고 마음 졸이던 부모의 마음, 다시 부모를 노치원 보내며 눈물 글썽이며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식의 마음. - 그 모두가 다“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듯 하는 사랑(老牛舐犢之愛)”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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