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박구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동양일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왜 감염되는지, 감염됐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어떻게 치료되는지 등이 모두 의문의 대상이다. 완치되어 격리해제되는 사람도 있는데 고치는 약은 왜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이나 치료는 물론이고 건강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해소하는 일까지, 이 모든 일은 바이오헬스산업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헬스산업이란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 또는 증상을 완화하는 등의 목적을 가진 건강 관련 의약품, 의료기기를 만들거나 의사나 병원을 통한 의료, 건강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넓은 범위에 걸쳐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삶의 질 향상과 수명연장의 꿈이라든가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가 가져올 심각한 사회문제도 모두 바이오헬스산업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주제들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확장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기도 해서 바이오헬스의 역할과 가치에 세계는 크게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건강증진과 미래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해 5월 대통령은 충북 오송을 방문하여 ‘바이오헬스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여기서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 등을 통해 2030년까지 혁신 신약을 개발해 국민 건강보장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통한 사람중심 혁신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그 내용이 바이오헬스산업의 발전을 향했음은 물론이고 바로 이 곳 충북 오송이 대한민국 바이오의 중심임을 알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광범위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제약산업이다. 제약산업의 중심인 의약품에는 화합물 합성 방식으로 만들어진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이 있다. 바이오신약은 세포 배양 방식, 인체호르몬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약이다. 바이오신약이 무엇인지 모른다 해도 아마 이 뉴스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북한의 평화사절로 유명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피부암(흑색종) 말기라는 소식을 전한 지 단 서너달만에 완치선언을 공개한 것이 그것인데, 이 때 투여한 신약 키트루다(Keytruda)가 이런 치료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랐던 백혈병치료제 킴리아(Kymriah)도 바이오신약이다. 화합물(chemical) 기반의 의약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반면 바이오(bio) 의약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공략할 틈새시장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는 혁신신약과 바이오 의약품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차지하는 비중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약을 만들기 위해서 쏟아지는 3,000여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선택되는 것은 300개, 그나마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것은 125개에 불과하다. 그 중 9개가 대형 개발까지 이어지고 초대형 개발단계까지 이르는 아이디어는 4개이며 최종적으로 상품화되는 경우는 평균 1.7개,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성공하는 경우는 단 1개뿐이다. 다시 말해 바이오헬스 산업은 신약개발 첫 단계인 3,000개의 아이디어 중 단 하나만 성공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산업이며 성공까지 투자해야 할 기간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비용은 약 1조 원가량이 필요한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산업이다. 하루아침에 성공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몇몇 부정적인 소식에 좌우되지 않고 믿고 기다리는 인식을 가져주기를 당부 드리고 싶다.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헬스 세계시장 규모는 연간 약 1천조 원에 달한다. 이는 4백조 원의 반도체 산업과 6백조 원의 자동차 산업을 합한 규모와 비슷하며 몇 년 사이에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경우 보통 한 해에 자동차 100만 대를 수출하는 것과 동일한 매출액을 달성하는 큰 규모의 시장성을 가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마디로 바이오헬스산업은 국민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혁신 신약, 의료기기, 헬스케어에서 빅데이터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 보다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해 거는 기대가 높은 한해가 될 것이다. 그 중심에 충청북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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