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동양일보]실지보다 지나치게 늘려 떠벌리는 일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실지보다 줄여 작아지게 또는 작게 떠벌리는 일도 있다. 이것들이 다 자기에게 또는 자기 쪽에 유리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실지 그대로를 말해야 하는데 늘리거나 줄이거나 하는 짓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피치 못하다는 핑계로 왕왕 저지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실지보다 지나치게 늘려 떠벌리는 자가 동네에 있는데 동네의 남녀노소가 야단법석이다. “야 이놈아야, 시방 그렇게 깔깔거리고 노는 데 팔려있기만 하믄 젤인 지 아냐?” “와요?” “니 아부지 다 죽어간다. 빨리 가봐라!” “예, 뭐라구요?” “니 식구들 다 울고불고 야단났어. 어제부터 편찮으셨다며?” 그 소리에 그 애는 깜짝 놀랐다. 그 길로 또래 애들과 놀던 판도 도중에 그만 두고 집으로 내달았다. 어제 아버진 머리가 아프다며 감기약을 사오라고 해서 읍내약방엘 갔다 온 일이 있다. 아버진 그 약을 잡숫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내 밭으로 나가셨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무 말도 안 하곤 밭으로 나가는 걸 보았었다. 그런데 …. 그 애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문부터 열었다. 근데 아무도 없다. “어무이, 아버진요?” “얘가 왜 이리 헐레벌떡거려, 니 아버지 밭에 계시지 어디 가셔. 밭에서 사는 양반 아니냐?” “상순이 형이, 아부지 다 돌아가시게 돼서 집안 식구들이 난리가 났다구 하던데?” “그 사람이 그래, 그 사람 여기 아까 오긴 왔었지. 그래서, 저 양반은 감기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었는데도 저리 또 나갔다구 하니까. 요새 감기 어른들 폐렴 되기 쉽다면서 빨리 뜻뜻한 방에서 취한 해야 된다구 호들갑을 떨다 가더니 그걸 니한테 으름장을 놓았구먼. 참 그 사람!” 그 이후 그 애는 아버지가 어떻다면 어떻게 될까봐 노심초사 간호를 해 드렸다.

청년들의 윷놀이 판에 상순이 형이 왔다. 그중 하나가 그를 보자, “야, 너두 할라믄 천 원 걸어!” 하자, “뒤늦게 와서 짝이 안 맞어 이 판 끝나구 내가 빠질게 내 대신 들어와!” 다른 하나가 말했다. 그러자 그는 쓴 소리로, “야, 니들 이거 노름 아녀?” 하고 둘러본다. “노름은 이게 무슨 노름이냐 보믄 몰러 놀이 아니냐. 윷놀이.” “이게 무슨 놀이여 돈 걸고 하는 거잖여. 다만 십 원이래두 돈 걸믄 노름여. 읍내 소식 몰러. 재작년에 읍내서 오천 원씩 걸구 윷놀이했다가 누가 돈 놓구 노름한다구 찔러박어서 경찰서에 끌려가구 야단났었잖어. 그 질루 읍내선 윷놀이 안 하잖여.” “야, 니두 아다싶이 이거 해마다 하는 동네 윷놀이 아니냐. 거 과장하지 말어.” “아녀 돈 걸믄 다 노름여. 경찰서 끌려갈랴믄 맘대로 햐!” 실은 읍내선 그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로 해서 올해부터는 상품을 대동계에서 준비해 윷놀일 하기로 했다.

아녀자들이 부녀회 때 모여 이 상순이 형 이야기가 나왔다. “상순이 형 보는 데선 아무 짓두 하지 말어 들.” “맞어 무슨 해괴한 말이 퍼질지 몰러. 지난 갈에 여주댁이 학을 뗐잖여.” 여주댁이 바깥화장실에서 나오며 치마끈 매는 것을 그가 본 것이다. “아녀자가 화장실에서 일 본 것을 남자 앞에서 나 보란 듯이 보일 건 뭐 있어. 치마 여미는 끈을 꼭 화장실 밖에 나와서 매야 돼. 화장실 안에서의 갖은 상상이 다 떠오르게 말여.” 이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것이다. 그래서 이후 아녀자들은 일거일동에 마음을 쓰게 됐다.

경로당 남자 방에선 노인장들도 그 사람 얘기다. “그 놈 말여 그 놈, 그 놈 말이 많어.” “누구, 그 흥감 쟁이 말여?” “그려, ‘흥감’ 그 소리 참 오래간 만에 듣네. 우리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들이 곧잘 썼지 왜. 거 ‘실지보다 늘려 떠벌리는 짓’이라고 그런 놈은 상대할 놈이 못된다고 말여.” 두 영감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노인장이 심각한 얼굴로 눈을 깜짝이며 말한다. “근데 말여, 가만히 생각해 보믄 거 그 사람 흥감만 몰아세울 게 아녀. 그것 때문에 동네 사람들 다시 생각한 게 많은 거 보믄 말여. 우리 늙은이들한테두 코로난가 뭐루 중국에서 특히 노인들이 엄청 많이 죽었다구 엄포 놓는 바람에 조심하게 되구 말여 안 그려?” “듣고 보니 그렇네. 그로보믄 흥감스러운 게 나쁘기만 한 게 아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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