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표 괴산군 민원지적과장

이민표 괴산군 민원지적과장

[동양일보]얼마 전 민원인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70세 여성 민원인은 충북 괴산군 사리면 월현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증평소재 병원을 가는 중이었는데 버스기사가 승·하차 손님이 없는 수암리마을 앞 승강장에 갑자기 버스를 세우더란다.

승객들은 의아해 하면서 ‘차가 고장 났나?’ 하고 버스기사를 주시하고 있는데 그는 버스에서 내리더니 도로를 건너 승강장 반대편에 있는 원수암마을의 진입로에서 지팡이를 짚고 유모차를 끌며 오는 80대 할머니를 부축해 버스에 올려 태웠다고 한다.

그런 다음 승객들에게 “여러분! 할머니가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1시간 동안 추위에 떨면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모시고온 것입니다. 버스 정차시간이 좀 길어져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며 양해를 구하는 인사를 하자 버스안 승객들은 그 버스기사에게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 줬다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광경과 감동을 잊을 수 없으니 그 기사를 찾아서 칭찬해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바로 괴산에 귀촌해 21년 째 살고 있다는 그 민원인을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고 버스기사를 찾아내 회사 대표와 간부들과 함께 승객들의 칭찬과 격려의 뜻을 전했다.

그 버스기사는 “지역 어르신들께 친절을 베푸는 것은 당연한 도리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겸연쩍어했다.

‘친절’은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라거나 ‘친절은 윤리적 특성, 유쾌한 기질,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표시되는 행동’이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작가 스테판 아인혼은 친절이란 ‘우리가 타인에게 베푸는 행위일 뿐 아니라 자신에게 베푸는 행위이기도 하다’며, ‘친절이 삶을 성공으로 끌어올리는 도구이자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친절은 상호간 좋은 관계와 신뢰를 기초로 마음소통을 하게하고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한 실천덕목이요, 입술이나 구호, 퍼포먼스 등을 뛰어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도움을 줄 때 행복해 지는 것이어서 그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도울 수 있게 되며, 그 반향이 연쇄적이고 유기적인 친절로 이어지고 발전해 또 다른 이들에게 가슴 뜨거운 더 큰 친절을 불러올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 속에서 노심초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바이러스란 이같이 보이지는 않으나 모든 것을 통해 국경과 연령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될 수 있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가적으로 엄중한 이 시기에 좀 생뚱맞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의 이름이 ‘코로나’에서 ‘친절’로 바뀌어 괴산군은 물론 온 인류에게 따뜻함과 행복함을 선물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상상해 본다.

한 시골버스 운전기사의 친절이 깊은 감동을 주듯 지역 곳곳으로 친절바이러스가 퍼진다면…‘아, 이 세상은 얼마나 살맛나는 낙원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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