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위기는 곧 기회다.”

코로나 19가 들불처럼 번지는 때에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새겨 들을 말이다. 코로나 19는 3일 오후 4시 현재 5186명으로 첫 환자 발생 43일 만에 5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31명이나 된다.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의 보름간 격리생활이 무사히 끝나면서 코로나 19에 대한 우려는 가시는 듯 했다. 처음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진천·아산 주민들도 교민들에게 응원을 보내면서 격리생활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구에서 발생한 31번째 확진자로 인해 사태가 이 지경이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61세 여성, 신천지 교인이자 영남권 최초의 확진자인 이 환자의 출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코로나 19 재앙을 초래했다.

지난 2월 6일 교통사고를 당한 이 여성은 고열증상으로 폐 CT 검사를 한 결과 폐렴 소견이 나왔다고 한다. 당연히 코로나 19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검사를 거부했다. 해외에 다녀 온 적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서란다. 본인도 코로나 19에 걸려 힘들었겠지만 이같은 개념없는 행동이 가져온 재앙은 끔찍하다. 특히 신천지 측에서 초기에 대구교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고 2인 1조로 전도 활동에 나설 것을 독려한 것도 사태악화를 부추겼다.

그나마 ‘슈퍼전파자’ 신천지에 대한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다행이지만 국민 전체가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봇물처럼 터진신천지를 둘러싼 고소 고발 건은 사법당국이 알아서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이런 와중에도 ‘난세에 진정한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헛된 말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우한 교민들을 진천과 아산에 격리 수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 심정 이해 못 할 바 아니었으나 저렇게 반대하면 교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저 속에 내 부모 형제, 친척이 있어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해당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주민 설득은커녕 반대에 앞장서는 줏대 없는 행동을 보여 누굴 위한 단체장인지 실망을 안겨줬다. 이때 양승조 충남지사의 행동은 신선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보호는 국가 책무다. 충남도정을 믿고 정부 방침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충남도는 국가적 감염병을 훌륭하게 막아 낸 경험이 있다. 위기관리에 적극 나서 지역사회 전파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어 그는 격리시설 인근에 집무실을 차려 교민이 철수할 때까지 이곳에서 업무를 봐 또 감동을 줬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코로나 19 난세에 주목받는 단체장으로 떠올랐다.

신천지에 코로나 19 사태 책임을 끈질기게 물어 온 박 시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만희 신천지총회장 체포를 요구한 뒤 지도부를 살인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지사 행보는 더 파격적이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이만희 총회장이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 ‘평화의 궁전’ 지하에서 열려던 기자회견을 불허하고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지하가 밀폐공간이란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이 총회장이 민간병원에서 받은 코로나 19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검체 채취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불응하면 역학조사거부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통첩했다. 이 지사는 이같은 입장을 밝힌 뒤 검체 채취 현장 지휘를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가는 사이 이 총회장은 궁전을 빠져나와 과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검체 채취에 응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신천지 종교시설에 대해 2주간 강제봉쇄와 집회금지 등 긴급행정명령을 내린데 이어 다음날엔 신천지총회본부를 급습해 신도명단을 입수했다.

한달 보름여 동안 이어오고 있는 코로나 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마스크를 안 쓰면 남의 눈치가 보이고 몸이 닿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기본이다. 식당, 가게 등의 텅 빈 실상은 이젠 뉴스거리도 안될 정도다.

그렇다고 누굴 탓하랴.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헤쳐나갈 일 아닌가. 그나마 소신 있는 이들 단체장의 ‘사이다 대응’이 찌든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 같아 다행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