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동양일보]수원수구(誰怨誰咎),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중국 발 코로나19의 국내확산 사태를 두고, 정치권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남 탓을 하는 말들이 무성하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전 세계의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처와 관리능력이 가장 우수한 모범국가라고 칭찬을 했다. WHO사무총장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사례가 모범적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한국의 관리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며 관련 자료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종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19의 국내감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모범적인 관리시스템에 많은 신뢰를 보내던 사람들조차도 중국인의 입국을 처음부터 원천봉쇄해야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청와대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에 대통령 탄핵 청원인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필자도 오랜 공직생활을 했지만 지도자와 공무원의 길은 외롭고 힘든 것이다. 이 순신 장군이 온갖 모함을 받으며 백의종군하여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듯이, 지도자는 국가의 총체적 난국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국민의 안위를 돌보고 국가발전을 도모할 책무가 있다.

우리나라가 2천 년대 초반 도입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제도 도입∙시행을 앞두고, 정치권과 국민들이 얼마나 반대를 했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은 본인에게 할당된 납입금이 다소 부담이 되지만 훌륭한 노후대책이고 선진의료보호체계라는데 대해 공감을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민도는 높아졌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아니다. 그것은 나무만 보고 단편적으로 국가정책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지도자는 외롭고 힘들지만 나무와 숲을 보고 더 나아가 아름다운 산의 위용도 살펴보는 최상의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식견을 갖춘 각계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경청하고, 본인의 직관을 더해서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대구 신천지교회 신도들의 집단감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규모 신도들이 모이는 집회는 교회 스스로 자제를 하고, 부득이 집회를 하고자 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시설소독은 물론 참가신도에 대한 열 체크와 손 소독, 일회용마스크 착용 등을 철저히 준수토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회근이 됐다. 교회 측의 사전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실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기침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국가경제 성장률 둔화는 물론, 전국의 673만 명을 상회하는 자영업자들의 소득감소로 인한 생계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문 닫은 가게도 많고, 거리도 한산하다. 가게를 운영하는 많은 상인들은 종전보다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이다. 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코로나19보다 경기침체 현상이 더 무섭고 슬프다고 하소연을 한다. 소득감소로 인한 건물임차료와 직원임금, 각종 공과금 부담이 어렵고, 더 나아가서는 본인 가족의 생계도 이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면한 코로나19 퇴치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서 우리 정부와 국민은 어떻한 자세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정부는 올바른 대처와 관리, 그리고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대국민 신뢰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현장방문과 국무총리의 위험지역 상주근무, 각 부처와 지자체의 범정부적 노력, 의료계 인력의 대구파견과 자원봉사 활동 등은 실로 칭찬받을 만하다. 앞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신속히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다음으로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올바른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 정부를 신뢰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킴은 물론, 감염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감염우려가 적은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소비생활과 내 고장 상품 팔아주기 등을 통해서 국가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지도록 협조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만나면 더욱 강해지는 민족이다. 역대 전란극복이 그랬고, IMF 위기극복이 그랬고, 지난해 일본의 무역규제 보복도 훌륭하게 극복했다. 범정부적으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의료진과 방역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위기극복은 국민의 협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조기 퇴치하고, 국운융성과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잇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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