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동양일보]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해마다 세계 500대 기업을 발표한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4년, 포춘지는 이 조사의 5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향후 100주년이 되는 2054년 세계 10대 기업을 선정해달라는 부탁을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 회장에게 의뢰하였다. 피터 슈워츠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로서 구소련 붕괴와 9.11 테러를 예측하고,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2054년 미래 사회를 재현한 바 있었다.

피터 슈워츠의 예측에 의해 포춘이 선정한 2054년 세계 10대 기업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 아마존 베이 2. 도요타 3. 시노가존, 4. 시노바이오코프 5. 인도소프트 6. IBM 7. 파텔코 8. 네슬레 9. 나노보틱스 10. 뉴스코프였다. 이들 중 도요타, IBM, 네슬레, 뉴스코프를 제외한 6개 기업은 당시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기업구도 개편을 염두에 둔 가상의 기업이다. 이를 통해 당시 슈워츠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동차 회사의 추락,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에너지,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통신 기업구도 재편, 유통시장의 변혁이었다. 2004년 시점에서 2054년을 예측한 것이었지만 예측이 구현되는 시점이 너무 앞당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주목할 것은 2004년 피터 슈워츠가 2054년 7위 기업으로 선정한 가상기업 파텔코이다. 피터 슈워츠에 따르면 파텔코는 2025년 AT&T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사업을 시작할 인도의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 한다. 텔레프레즌스란 서로가 직접 만나 회의를 할 때와 똑같은 실물크기로 사람을 마주보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들을 제공하는 영상회의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출장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시켜 줄 뿐 아니라 각종 감염병과 테러 등의 위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2004년 당시 피터 슈워츠의 예측이었다. 실제로 대면하지 않은 상태가 아닌 비대면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발전하는 IT기술의 도움으로 인해 텔레프레즌스가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회의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사안을 논의한다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비대면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한다. 비대면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권의 비대면 거래이다. 비대면 거래는 말 그대로 금융업계 직원과 고객이 직접 만나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 통신 수단에 의해 대면하지 않고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전표를 사용하여 은행 직원을 통해 입출금 업무를 진행하였지만 점차 텔레뱅킹, 인터넷 뱅킹과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업무가 진화하였다. 최근에는 SNS에 의해 계좌개설 및 대출까지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어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의 비대면 거래가 금융회사들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이루어져 왔다면 교육에 있어서의 비대면 교육 즉, 통신교육과 인터넷 교육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방송통신대학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EBS 수능 특강은 전국에 있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기여해 왔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대학별로 보유한 강의 콘텐츠 뿐 아니라 최신 기술 동향을 누구나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대학으로 하여금 온라인 강의 콘텐츠 개발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대학 구성원들이 강의방식에 생소함으로 인해 온라인 강의 콘텐츠 개발에 주저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이제는 모든 대학이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향후 주기적인 감염병 사태가 예견된다면 대학 역시 이에 대비한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사전에 개발하거나 실시간 스트리밍 교육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 뿐 아니라 모든 교육 기관에서 비대면 교육 서비스는 필수 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 비대면 교육 서비스가 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 보조하는 수단이 아닌 교수법의 혁신 수단으로서 미래의 인재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특성이 균형 있게 활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대학들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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