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인 26번째 시집 ‘정곡론’ 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등단 52년, 팔순을 앞둔 노(老) 시인의 삶의 철학과 깊이가 담긴 시집 ‘정곡론’이 출간됐다.

청주 출신 홍해리(79·사진·서울 강북구) 시인은 ‘정곡론’을 통해 삶의 이야기와 시에 대한 생각들을 전하고 있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한 편의 시는 칼과 같다/잘못된 칼은 사람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한다/좋은 칼은 사람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다/그게 한 편의 좋은 시(詩)다’라고 이야기한다.

‘정곡론’은 그의 26번째 시집이다. 등단 후 52년이 훌쩍 지난 시인의 회고록 같은 시가 즐비하다. 이번 시집은 최신작은 물론 1980년대와 1990년대 쓴 작품과 미발표된 시를 새롭게 엮었다.

제목과 같은 ‘정곡론’을 비롯해 ‘시인의 편지’, ‘팬티구멍’, ‘가만한 웃음’, ‘우거짓국’, ‘사랑에게’, ‘몸을 바치다’ 등 모두 80편의 시가 3부에 걸쳐 수록됐다.

치매(癡呆)에 걸린 아내를 보살피며 330편의 치매 연작시를 발표하고 3권의 시집을 낸 바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쳐지나갈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과 풍경들이 시인의 시선을 통해 애잔하고 아름답게 재탄생되며 지친 삶에 위로를 건넨다.

‘몸을 바친다/몸을 준다는 게 무엇인가/사는 것이 몸을 파는 일/몸을 사는 일이니/어미는 자식에게 몸을 주고/아비는 한평생 몸을 바친다 <중략>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물은 흘러가면 그만이지만/살아 남기 위하여/그대는 웃음으로 몸을 팔지 않는가’-시 ‘몸을 바치다’ 중에서

그는 “생각해 보면 50여 년전부터 시를 써 왔는데 아직도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며 “이 시집은 나의 평생 화두,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방황과 모색이다”고 말했다.

임채우 시인·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은 그간 삶의 질곡에서 조금도 틈새가 보이지 않던 ‘치매행致梅行’ 연작에서 벗어나 그의 수준 높은 시와 만나는 기쁨을 독자들에게 주고 있다”고 평했다.

청주 모충동이 고향인 그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청주 세광고, 청주상고, 서울 동덕여고 등에서 영어 교사로 36년 동안 교편을 잡았다.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해 ‘화사기’, ‘무교동’, ‘우리들의 말’, ‘치매행’,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매화에 이르는 길’, ‘봄이 오면 눈이 녹는다’ 등을 출간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움. 141쪽. 1만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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