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규 충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정광규 충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동양일보]50년 전 미션 스쿨인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학교에는 교목이라는 목사님이 계셨다. 온전한 기억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성경 공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중학교 1학년 때 들은 교목님의 오병이어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예수님이 어린아이가 가져온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많은 사람을 먹이고 나중에 성인 남자만 세어보니 오천명이었으며 남은 것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교목님은 이런 기적은 분명히 일어났다고 확언을 하시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우리를 향해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시 예수님은 많은 사람을 몰고 다니는 대중의 스타 중의 스타였다. 당시 모였던 장소는 광야라서 가까운 곳에서는 음식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뻔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그곳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은 자신이 먹을 도시락을 싸가지고 따라다녔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주 합리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설교 말씀을 듣는 중에 시간은 저녁으로 이어지고 점점 배가 고파왔을 테지만 누구도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먼저 내놓고 같이 먹자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더구나 옆에 있는 잘 모르는 사람이 도시락을 가져왔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욱 섣불리 내 생명과도 같은 음식을 내놓고 함께 먹자고 했다가는 내가 가져온 음식만 금방 없어지고 나도 다른 사람과 같이 굶주릴 것이라는 생각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배가 고파지고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아무도 음식을 내놓지 않고 남의 눈치만 보는 시간이 적막하게 흐르고 있었으며, 음식을 두고도 굶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때 한 어린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여러 사람과 같이 나누어 먹자고 예수님께 갖다 드렸다. 자신의 배고픔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슬그머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것을 예수님도 혼자 먹지 않고 기도한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하자, 자기들의 이기적인 마음에 부끄러워진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의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각자의 음식들을 내놓고 같이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가져온 자나 가져오지 못한 자나, 많이 가져온 자나 적게 가져온 자나 모두 내놓고 소풍을 나온 듯 먹었다. 그러니 즐겁게 양껏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요사이 코로나 19로 인하여 위생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마스크 총량을 본다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데 마스크를 사고자 하는 줄은 자꾸만 길어지고 있다.

왠지 자꾸만 오병이어의 기적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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