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어느 분야, 어떤 상황이든 무언가 일이 닥치면 반드시 후유증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전국에서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로인한 또 다른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치료 도중 자살 생각까지 하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신천지 신도들처럼 의도적으로 숨거나 자가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등 안전불감증의 경우가 아닌 환자들, 즉 본의 아니게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전파자가 된 선량한 시민들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이 일종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갖는데서 문제가 출발한다.

얼마전 명지병원 의료진이 국제학술지에 확진 판정 환자 일부가 우울증, 불면증, 자살생각과 같은 심각한 정신과적 증상을 호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뒤 서울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났고 이게 2차·3차 감염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환자의 이런 행적을 두고 언론과 SNS에서는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것을 접한 환자가 치료 중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것이다. 본인이 마치 의도적으로 숨긴 것처럼 오해받는 것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병원에서는 정신과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정신·심리 안정제도 투여했다고 한다.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보건복지부가 완치자들중 표본을 내어 상담해 보니 완치자 40.2%가 불안감, 슬픔, 우울감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정부는 지금 코로나19의 확산 저지와 퇴치를 위해 총력을 다 하되 이와 병행하거나 혹은 점진적으로 확진자들이 겪는 이같은 불안, 우울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감염병이 유입됐을 때 경황이 없다 보면 주로 신체적인 예방과 치료에만 관심을 갖게 되지만, 감염 당사자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위축감과 함께 자신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함께 공존하는데 그것을 놓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확진 환자의 치료 초기 단계부터 심리지원팀이 함께 참여하고 이들의 정신적 부담을 줄이며 안정감을 갖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감염병 치료 중 뉴스나 댓글 등을 보는 데서 비롯되는 두려움과 심리적 위축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기관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의 심리상태에 개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