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TV를 켜면 시간대 막론하고 어느 채널 할 것 없이 코로나19 얘기뿐이다. 이참에 피해가 컸던 전염병 역사를 찾아보았다.

먼저 14세기 유럽을 강타했던 페스트로 유럽 인구의 ⅓이 죽었다. 하지만 이 페스트는 중국에서 먼저 발생하여 당시 중국 인구 1억2500만 명중 9000만 명만 남았었다고 학자들은 추산한다. 또 15∼16세기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영토를 확장하던 중 스페인군에 의해 퍼진 천연두로 그곳의 원주민인 인디오의 95%가 죽었다.

그런가하면 1918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 세계1차 대전 때 죽은 사람보다 많이 희생되었다.

페스트 발병 후 병의 원인 분석에서 ‘신의 진노 혹은 마귀의 시샘’ 같은 것으로 돌렸고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찾는 과학적 접근은 19세기 말에 가서야 시작되었다. 병의 원인 분석이 이런 수준이다 보니 대응책 또한 바로 나올 리 만무하여 당시 교회에서는 ‘회개와 눈물을 버무려 고약을 만든다.’ 고 하거나 ‘교회 종을 난타해서 성스러운 울림이 공기 중에 퍼져 나가도록 하라’ 는 식이었다.

1월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3월11일 오전 현재 확진자 7755명, 사망자가 60명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생산, 유통, 소비의 실물경제와 증시, 환율 등 금융 불안의 경제적 손실, 120여개국으로 부터 입국제한을 받는 등 외교적 위상 저하 , 각급학교와 유치원의 개학이 연기, 또 복병처럼 나타난 신천지교회로 피해가 겹친 와중에도 총선에만 집착하는 정치계와 부실한 정부 대응으로 피해가 더 커졌다.

그러나 이 어려운 때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달려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실천한 이들이며 임대료를 일정기간 면제 해 주거나 깎아준 착한 건물주들과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도시락, 빵, 과일 같은 위문품들이 많이 들어와 힘든 중에도 위로가 된다.

옛날과 달리 현대의 생활은 개인이나 국가 모두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고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전파 속도가 옛날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기에 전염병의 확대는 전쟁보다 위험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확진 자가 가장 많은 대구를 취재하러 간 미국 ABC 방송기자의 눈에 비친 대구의 모습은 참으로 놀라왔다고 한다. “이 곳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고 절제와 고요함만 있다. 대구는 많은 이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 했다. 그 기자가 동료 기자에게 전화 해 보니 그도 같은 의견 이었다. 그 곳에는 대탈출도 사재기도 없이 ‘대구의 품격’ 을 지키고 있어 품격 있게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구는 결국 승리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느끼고 배우는 것도 있다.

첫째 신종 플루, 사스, 메르스 등 몇 번의 전염병 사태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호들갑만 떨고 매뉴얼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으며 전문가는 안 보이고 정치가만 보이는 한심한 작태였다. 이제는 이런 사태에 대비할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르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둘째 기생충은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 고 한다. 숙주가 죽으면 자기도 죽는 걸 안다. 전문가에 의하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기생충의 속성이 있어 보인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낸 강 기정 전 의원이 지금은 미생물을 이용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미생물은 절대로 한쪽만 있어서는 안 되더라 몸 안에서 나쁜 미생물만 싹 제거하면 좋은 미생물이 진화를 못하고 약해져서 숙주를 지킬 수가 없다. 진보와 보수도 마찬 가지다. 진보를 위해 보수를 다 버릴 수는 없다.…” 라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단편적 생각에서 벗어나 폭넓게 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셋째 코로나만 전염 되는 것이 아니다. 나쁜 풍조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자살률, 이혼율, 저 출산에서 세계 상위나 수위에 속하는 나라가 되었나. 어려울 때마다 위기를 잘 극복한 우리나라. 이번 코로나 사태를 교훈 삼아 방역이 잘 될 뿐 아니라 미풍양속이 살아있는 청정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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