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위원회장

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위원회장

[동양일보]사람들은 딱하게도 재화나 재물만을 재산으로 아는 경향이 많다.

아니 재화나 재물이라야 재산으로 여긴다.

그러니까 돈이나 수표(유가증권까지 포함), 동산이나 부동산만을 재산으로 생각한다 이런 말이다.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왜냐하면 재산에는 자유재(自由財)와 경제재(經濟財)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유재란 무엇이며 경제재란 무엇인가?

경제재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경제 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재화로서 금전, 수표, 동산, 부동산 등이고 자유재란 사람이 획득 점유 처분할 수 없고 또 너무 크고 많아 획득 점유 처분할 수 없으므로 경제 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재(財)로써 해, 달, 공기, 바닷물 같은 따위를 말함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 두 가지 재산, 즉 경제재와 자유재 외에도 값진 재산이 참으로 많다.

예컨대 건강이나 지식, 인격이나 덕망이 그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이런 것들이 돈, 수표, 동산, 부동산 금은보화의 귀금속보다 훨씬 높은 재산일 수도 있다.

이럼에도 사람들은 어찌 된 셈인지 돈, 수표, 동산, 부동산, 귀금속이 아니면 재산 취급을 하지 않으려 든다.

한 마디로 천박한 스노브들의 스노비즘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는 생각하기를 돈(재산)이 많으면서도 못사는 가난한 사람보다는 돈이 없어 가난하면서도 부자로 사는 사람을 훨씬 높게 보고 있다.

말하자면 전자는 물질숭배주의자요, 후자는 정신지향주의자다.

정신지향주의자는 첫째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깨끗이 하라면 또 첫째 욕심이 없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불행의 씨앗과 화근은 깨끗하지 못한 데서 생긴다. 다시 말하면 욕심이 많아서 생긴다 이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행위,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 밖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부정과 비리가 생기고, 배임 횡령이 생기고, 사기 절도가 생기는 것은 돈이 결부된 물질숭배주의자들의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게 대부분이다.

요즘 날이면 날마다 신문 방송에 보도되지 않는 날이 없다시피 하는 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도 결국은 깨끗하지 못한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욕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어 평생을 깨끗이 살다간 가난한 부자 유관(柳官)과 손순효(孫舜孝)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조 태조에서 세종조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무려 35년간이나 벼슬길에 있던 정승 유관(柳官)은 담장 없는 삼간 초옥에서 산 청빈한 정승으로 태종이 그의 청빈에 감동, 선공감을 시켜 몰래 담장을 치게 했다.

이엉을 제대로 못 해 덮은 집은 비만 오면 빗물이 줄줄 방안으로 흘러내렸다.

그러면 유정승은 왕에게 하사받은 일산을 펴들고 아내와 함께 비를 피했다.

그러며 말하기를 “아이구, 이 비에 우산 없는 집은 어떡할꼬?” 했다.

이에 아내가 곁에서 “우산 없는 집은 다른 방도가 있겠지요”하고 남편을 위무했다.

성종 때의 재상 손순효(孫舜孝)도 깨끗한 청백리였다.

그는 평생을 청빈 일변도로 살다 죽었는데, 죽을 때 자식들을 불러놓고 “너희가 알다시피 아비는 초야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너희에게 물려줄 재물이 없다. 있다면 다만 없는 것을 물려주는 것뿐이다”하고는 가슴을 가리키며 “이 가슴 속에 더러운 것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다. 너희도 아비처럼 살아라!”하고는 눈을 감았다.

참으로 고개 숙어지는 청렴이요 결벽이다. 그러므로 이 두 분은 깨끗한 부자요 가난한 부자였다.

그런데 이런 깨끗한 부자, 가난한 부자가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지금은 없는가.

우리 조선조엔 모두 217명의 청백리가 녹선(祿選)되었다.

생각느니 이 세상 어천만사 중에 깨끗하게 사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더 아름답고 더 가치 있는 게 어디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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