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동양일보]‘보통의 존재가 내가 아닌 것을 시기하지 않으며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기 위하여.’ -김수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중

나는 어떤 사람일까.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나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때론 고독한 자유를 꿈꾸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금 타인의 삶에 발을 들여놓기 일쑤다.

자아의 형성과 관계 맺음에 연약했던 초등학생 때에는 더욱이 타인과의 관계에 민감하게 작용했다. 가족, 친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나의 행동과 말이 결정될 만큼 연약한 자아였기에 그만큼 타인의 존재감이 컸던 시기였다. 다시 말해 나의 존재감은 타인의 존재감에 반비례했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과 가치관, 신념이라는 것이 물들기 쉬웠고, 일관된 자기주장이 형성되기 어려워 보였다. 타인의 행동에 휩쓸리기를 반복하고, 연약한 자아가 담금질하듯 단단해지기를 몇 차례 반복한 끝에 나만의 행동과 신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넘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에 대한 해답, 그 과정 사이에서 타인의 결정과 행동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만의 결정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아주 작은 행동, 이전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들, 독립적인 행동을 갖기 시작했고, 그러한 행동은 점차 독립적인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자기 정체성이 형성돼가는 시기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행태일 뿐 정신적인 자기 정체성의 지반은 여전히 연약한 시기였다.

대학생 때는 청소년기를 벗어난 성인이라는 이름표를 앞세워 아이와 어른, 그 어중간한 위치에 서성이며 정신적으로 방황하기도 했던 시기이다. 다시금 타인과의 존재감으로 인한 자기 정체성의 문제가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했다. 독립적인 행태의 변화는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독립적이지 못했던 자아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다시금 타인의 존재감으로 나의 존재감이 얼룩지기도 했으며, 허약한 관계에서 오는 소외감과 비참함,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는 타인의 존재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타인의 행동과 언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 방어막으로 내세웠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었다. 타인의 시선 위에 서성거리는 내가 아닌 타인의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으로서의 ‘나’에서 벗어나 스스로 올곧게 서 있을 수 있는 단단한 나 자신을 만드는 것이었다.

타인의 시선 속에 그려진 그들이 잠깐 던지는 시선, 작은 관심에 그저 우쭐하며, 때론 비참해지기도 하면서 오늘도 허약한 관계의 줄다리기 위에 나를 올려놓는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위태로운 줄다리기 위에 다시금 불안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나로 살아간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인 듯하다. 남보다 잘나지 못해도, 남보다 잘하지 않아도,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남에게 사랑받지 못해도, 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도 그냥 그럭저럭 그런 삶이어도 그 어떤 신경도 쓰지 말고 오늘도 꿋꿋하게 나 자신을 사랑하고 믿으며 살아나가라고 묵묵히 용기를 북돋아준다. 아래의 말을 새기면서 말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삶을 일구는 것이 나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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