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 국민청원 9만명 동의…교육부 “3차 연기 검토 중”
더 미루면 수업 줄어 학사일정 차질…입시일정 순연 가능성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사상 초유 ‘4월 개학’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하면서 학부모 등이 오는 23일로 예정된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더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부도 추가 연기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홍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통제관은 14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개학 추가 연기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는데 교육부, 질병관리본부와 논의를 하고 있다"며 "학부모가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부분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주 중 개학 추가 연기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앞서 전국 학교 개학을 이달 2일에서 9일로 1주일 연기하고, 이후 다시 23일로 2주일 더 미뤘다.

이후에도 소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는 등 감염 확산 우려가 사라지지 않자 교원단체와 학부모들은 개학 추가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금 같은 지역사회 감염 추세가 이어진다면 (추가적인)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어린 학생들이 종일 붙어서 생활하고 급식을 함께 먹는 학교는 감염병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9일 올라온 '개학을 4월로 연기하고 휴업단계를 3단계로 올려주세요'라는 청원은 15일 오후 3시 기준으로 9만6244명의 동의를 얻었다.

교육부는 개학을 4월 초로 2주가량 일괄적으로 추가 연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비롯한 연간 학사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020학년도 신학기 학사운영 방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3일까지 평일 기준 15일(3주일) 이내로 휴업하는 경우 학교들은 수업일수를 감축하지는 않고 대신에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줄인다.

하지만 3월 30일이나 4월 초로 추가 연기되면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고 190일)를 10% 범위에서 감축하게 된다.

학교 입장에서는 수업결손이 고민이다. 수업이 몇 주 감축되면 미리 짜두었던 한해 수업 계획이 어그러지고 학생들이 한 해 동안 배워야 할 내용을 모두 가르치기가 어려워진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신 시험과 대학 입시 일정이 큰 걱정이다.

개학이 4월 초까지 미뤄지면 원래 5월 말께 치르는 ‘1학기 중간고사’를 예년처럼 하기가 불가능하다. 중간고사가 생략되거나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되면 고3 1학기 때 부족했던 내신 성적을 바짝 올리려고 계획했던 수험생들은 크게 낙심할 것을 보인다.

개학 연기 여파로 여름방학이 1∼2주로 반 토막 나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을 노리는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보완할 시간이 줄어든다.

고3 학생·학부모들과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개학을 더 미루려면 수능 등 대학 입시 일정을 전체적으로 순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개학을 더 미루려면 방과 후 강사, 급식조리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와 사립유치원 원비 환불 요구,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등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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