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김미희 장학사

[동양일보]

S의 근무는 2019년 12월 31일 자로 만료되었다.

S는 매년 우리 부서에서 몇 달씩 근무하고 가는 보조 인력 중에서 가장 일이 서툴고 빠릿빠릿하지 못한 청년이었다.

26살의 상큼함에 비해 직원들의 업무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이 정도는 당연히 알 것이라 여겨 생략한 디테일에서 어이없는 말과 행동으로 할 말을 잃게 했다.

차츰 우리 직원들은 S에게 시킬 일과 시켜서는 안 될 일을 자연스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S는 과감한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과 달리 마음도 몸도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약한 성품만큼 성적도 유약하여 졸업 후 든든한 직장을 잡을 수 없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음식점 식당 아르바이트, 창고 보조 등으로 일했다 한다.

S의 전 직장에서는 모욕과 차별적 분위기에서 언어적, 감정적 폭력이 있었고 늘 춥고 소외당하는 기분이었는데, 이번 보조 인력 자리는 그녀가 경험한 편안하고 따뜻한 첫 직장이었다 한다.

작년 보조 인력이었던 S의 전임자 A는 청주 인문계 여자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집안 사정을 고려해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였지만, 취직이 되지 않아 우리 부서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

A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율동아리 회장에, 각종 자격증에, 깔끔한 일 처리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A는 주어진 일로 그치지 않고 전후 맥락을 이해할 줄 알고, 유사한 일에 적용할 줄 알아서 보조 인력 이상의 일을 해야 하고 잘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A는 보조 인력을 하는 와중에도 이곳저곳에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대 그녀들과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기성세대인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영민한 A는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취직시험 공부를 하고 있고 천진한 S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공부를 할 예정이라 한다.

공부하고 준비를 하면 A와 S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녀들이 재고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머물러 있거나 잘못 배달된 택배처럼 뜻밖의 장소에서 일하거나 주인에게서 반송되어 창고로 돌아오지 않아야 할 텐데….

청년들이 몸도 마음도 파손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녀들에게 넉넉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나는 새해에 더 미안하다.

며칠 전 읽은 책 ‘까대기’의 마지막 말처럼 모두, 몸도 마음도 파손 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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