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 예산 4년 새 3배 급증...행안부, 정부 세종청사 운행 통근버스 예산 3년 새 25% 줄여 '대조'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와 함께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주춧돌인 충북 혁신도시가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넘쳐나면서 여전히 본래 취지를 못 찾고 있다.

수도권에서 정부 세종청사를 운행하는 통근버스 예산은 4년 새 25% 줄어들었지만 유독 충북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 통근버스 예산만 3년 새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최상위권이다.

특히 1300여명에 달하는 11개 공공기관 소속 수도권 통근 직원들의 코로나19 전파 우려에다 이들이 수년째 충북 혁신도시 이주를 외면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은 '공염불'이 돼 가고 있다.

18일 진천군 등에 따르면 충북 혁신도시 내 11개 공공기관 중 수도권에서 통근하는 직원은 1362명으로, 전체 3468명의 39.3%를 차지한다.

이들의 통근을 돕기 위해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은 올해 33억9200만원에 달하는 등 버스 운영 예산을 책정했다.

매일 37개 노선을 운행하는 39대의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공기관 통근자는 하루 평균 930명으로, 이를 1인당 계산할 때 연간 통근버스 운영비용만 365만원이나 된다.

더욱이 지난 2016년 9억7900만원이던 통근버스 예산은 2017년 19억4700만원, 2018년 22억5400만원, 지난해 29억56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다 올해 30억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4년 새 무려 3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통근버스 예산이 해마다 증가한 것은 공공기관들이 수도권에서 연차적으로 이전하면서 통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정주여건 미비로 인해 직원들 상당수가 충북 혁신도시 이주를 꺼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상존한다.

충북 혁신도시에는 2013년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시작으로 2014년 4곳, 2015년 2곳, 2016~2018년 1곳씩에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평가원까지 총 11곳이 모두 둥지를 틀었다.

이처럼 충북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달리 세종시에 입주해 있는 행정안전부는 부처 공무원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을 오가는 정부 세종청사 통근버스 운행 예산을 점차 줄여나가는 실정이다.

실제,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2017년 77억4300만원이던 통근버스 예산을 해마다 줄여 올해 58억1800만원까지 낮췄다. 3년 새 25% 감소한 것이다.

충북 혁신도시 주민 A씨는 "혁신도시에는 주말이나 휴일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출퇴근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주민들 사이에선 국가균형발전의 상징도시가 아닌 '유령 도시'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상황이 이렇자 이시종 충북지사는 수도권발 코로나19 지역 유입 우려와 맞물려 충북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외지 통근버스 운행 자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진천·음성 주민들의 불안이 커졌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통근버스 운행을 자제해 달라"고 충북 혁신도시내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했다.

전국 혁신도시 직원들의 외지 출퇴근 비율은 4.9%인데 비해 충북의 경우 40%에 가깝다고 꼬집으면서다. 진천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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