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점심·저녁에 간식까지 24시간 매여있는 일상 답답해

권모씨가 오전 시간, 개학이 미뤄져 집에만 있어 답답한 자녀를 위해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코로나19를 생각하면 개학이 연기돼 다행이지만 눈물이 핑 도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주부 권모(42)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현실화되자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권씨는 오전 7시 30분,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 밥상을 차려준 뒤 오전 10시, 늦잠에서 일어난 두 자녀의 아침 식탁을 다시 차린다. 이렇게 2번의 아침과 점심, 저녁 밥상은 물론 사이사이 자녀들의 간식까지 챙기고 치우느라 앉아있을 틈이 없다. 여기에 심심해하는 아이들이 휴대폰과 TV에 자꾸 눈을 돌려 보드게임을 펼쳐놓고 함께 놀아줄 수 밖에 없다.

오전 시간에 자기개발을 위해 요가 학원에서 운동도 하고 오후에 짧게나마 영어 회화를 공부하던 소소한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아들 셋을 둔 주부 이모(40)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할 수 있는 요리는 한정돼 있는데 뜻하지 않게 방학이 길어지다보니 메뉴 선정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쌀이 줄어드는 것이 보일 정도로 식비 역시 만만치 않게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하루 3끼와 2번의 간식을 챙겨주면서 아이들과 같이 먹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말인 ‘확찐자’, ‘살천지’가 실감이 난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2주 추가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엄마들의 한숨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은 불가피하지만 24시간 자녀들에게 매여있어야 하는 답답한 일상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의 개학 연기 결정 이후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뒤돌아서면 배고픈 아이들 덕에 3시간마다 음식을 한다’, ‘집에 갇혀 있는 아이들도, 엄마들도 불쌍하다’, ‘눈 앞이 깜깜하다’ 등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워킹맘’들에게 개학연기는 더 암담한 현실이다. 돌봄교실에 가지 않으면서도 아직은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은 방치되기 일쑤다.

중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문모(44)씨는 “아이가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알고 있지만 퇴근 후 잔소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자녀들의 밀린 공부를 시키겠다며 더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도 있는데 이런 식이면 개학 후 아이들별로 학습편차가 매우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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