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종사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공무원에겐 일정한 복무 의무가 주어진다. 성실, 복종, 직장 이탈 금지, 친절·공정, 비밀 엄수, 청렴, 품위 유지, 겸직 금지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의무가 있는 대신 신분은 법으로 보장한다.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면직 등 신분상 불이익의 처분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대우도 많이 좋아졌다. 여기에 정년도 보장되니 서로 공무원 하겠다고 난리다. 자식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주변에서 축하 인사받기에 바쁘다. 사윗감이나 며느릿감으로도 공무원은 최고의 인기다.

학교 졸업 후 갈 데가 마땅치 않아 마지못해 공무원이나 하겠다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경쟁률이 수십 대, 수백 대 일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젊은 인재들이 너도나도 공무원이나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사회적 재난이 닥쳤을 때는 공무원의 역할이 더욱 빛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보면 그 힘을 절실히 느낀다. 물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눈물겨운 사투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들이 4개월 동안 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연봉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1급(차관보급) 이하 공무원도 자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다.

국민 고통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이 울림이 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4개월간 월급의 30%(1280만원)를 반납하기로 했고 충북도 소속 공무원들은 앞으로 3개월간 월급 일정액을 반납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월급 절반인 300여만원을 기탁했으며 대전 5개 구청장도 동참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4개월 동안 급여 30%를, 충청권 교육감 4명도 4개월 동안 월급의 30%를 기부하기로 했다. 김홍장 당진시장 역시 4개월 동안 30%를 반납한다. 충북 시장·군수들도 동참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영동군이다. 박세복 군수와 5급 이상(과장급) 40명은 다음 달부터 3개월 동안 월급의 10%를 공제해 코로나19 극복에 쓰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영동군 공무원 사회 전반에 퍼지는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권에서도 동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남울산 선대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월급을 깎자고 제안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만이라도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자고 했다. 정의당은 코로나19 종식때까지 세비의 30% 반납을 결정했다.

착한 임대인만 있는 줄 알았더니 착한 공무원과 정치인도 있어 우리를 든든하게 해 준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위기 때 더 똘똘 뭉치는 게 우리 민족정신이 아니냐고 우쭐해 한다.

그렇다. 공직자들은 국민들의 고통 분담에 앞장서면서 우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청주시는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이웨이 행정을 펴 비난을 자초했다.

일부 공무원 얘기지만, 청주시는 식당 등 자영업소 앞에 놓여 있는 에어라이트(풍선형 옥외광고물) 자진철거를 요구하고 이행치 않을 때는 의법조치한다고 통보했다. 이런 뜬금없는 단속예고장을 받아 든 자영업자들은 “대체 누굴 위한 행정이고, 누굴 위해 존재하냐”며 분개했다.

코로나19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에어라이트는 그나마 손님을 끌 수 있는 유일한 홍보수단이다.

업주들은 “불법인 줄 안다. 하지만 장사가 안돼 문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는데 꼭 이런 식으로 ‘확인 사살’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느냐”며 융통성 없는 청주시의 행정을 질타했다.

정부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100조 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을 투입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렇듯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책상에 앉아 단속이나 할 궁리를 하고 있다면, 일의 순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조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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