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통해 공개 예정

한국어로 제작된 동판 안내문.
조명희 선생의 이력을 러시아어로 게재, 동판으로 제작한 안내문이 문학비에 부착돼 있다 .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옛 극동대 안에 건립된 독립운동가 포석 조명희 선생의 문학비가 한-러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재정비됐다.

한국 근현대문학의 선구자이자 태두(泰斗)로 불리는 충북 진천 출신 포석 조명희(1894~1938) 선생은 일본의 압제에 저항, 러시아로 망명해 불꽃 같은 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문학비는 포석의 사상과 문학에 매료돼 선생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오던 극동대 미술과 조각교수가 선생의 뼈 토막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해 만들었다. 이국 땅 하바로프스크에서 억울하게 처형당한 포석의 비극적 삶을 조형화했다.

하지만 극동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 관리 소홀로 인해 조명희 문학비의 동판 2개가 뜯겨져 나간 상태로 몇 년이 흘러갔다.

조명희 문학비는 2017년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계획에도 없이 문학비를 깜짝 방문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이후 문학비는 연해주정부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됐다고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보스토크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26일 열리는 ‘1회 한국의 날 특별행사’에서 조명희 문학비 제막행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앞두고 조명희 선생의 이력을 게재한 동판 안내문이 한국어와 러시아로 각각 제작됐고, 지난해 11월 문학비에 부착되며 재정비가 마무리됐다.

포석은 시인, 소설가, 희곡인, 아동문학가, 평론가, 교육자, 언론인, 번역가 등 다양한 부문에서 한국 근·현대문학사와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일제의 민족압살 통치에 문학이라는 무기를 통해 문인으로서 가장 당당하게 맞섰던 선생은 1928년 소련으로 망명해 새로운 문학과 삶을 개척했다. 특히 소련으로 망명했던 기간 동안 선생은 고려인(카레스키야)의 구심점이 됐다. 하지만 1938년 당시 스탈린 정권의 음모에 의해 일제 스파이로 누명을 쓰고 총살형을 당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러한 업적과 활동상으로 조명희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스리스크, 하바로프스크 등 연해주 지역의 고려인들로부터 안중근, 신채호 등과 함께 항일투쟁 영웅 59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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