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고정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3%
과속·불법주차 등 안전불감증도 여전
‘법 개정·철회’ 요구 국민청원 잇따라

일명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이 시행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를 개정·철회해 달라는 게시글이 잇따랐다.
일명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이 촉발된 충남 아산 용화초 앞에 과속단속카메라와 신호등이 설치됐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처벌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25일 시행 첫날을 맞았으나 주요 스쿨존 어린이 안전 환경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일각에선 ‘과도한 처벌’을 우려하며 법 개정과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개정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단속 카메라와 신호기 설치 의무와 함께 어린이 교통 사망사고 시 최대 무기징역을 받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안전불감증 ‘여전’

이날 낮 12시 30분께 청주시 청원구 청주 중앙초 인근 스쿨존 도로에는 무인단속 장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제한 속도 시속 30㎞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안내 표지판이 무색하게 차량들은 시속 40~60㎞ 속도로 내달렸다.

청주 샛별초와 산성초 등 일부 단속카메라가 보이는 지역에선 비교적 차량들이 서행하는 모습이었으나, 그나마도 속도를 내다 카메라를 의식한 뒤 급정거를 반복했다. 학교 주변 편도 1차로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를 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민식이법 시행에도 충북지역 주요 학교 인근 교통안전 시설은 아직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스쿨존 735곳(초등학교 265곳·유치원 299곳·보육시설 162곳·특수학교 9곳) 중 고정식 단속 카메라는 3% 정도인 23대만 설치돼 있다. 그나마도 청주권(13대)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중소 시·군 어린이는 안전한 보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자체와 협의해 올해 안에 도내 110개 초등학교에 무인 단속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민식이법과 관련, 무인교통단속 장비 설치사업이 균특사업으로 확정돼 총 사업비 123억7700만원을 추가 편성됐다고 밝혔다. 이 사업비는 다음달 도내 11개 시·군으로 전달된다.

●법 개정·철회 요구도

법 시행 첫날부터 한쪽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고 책임을 오로지 운전자에게 전가하면서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가 다치기만 해도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과도한 처벌’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특가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이 크다.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사망·상해 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 소홀 등 ‘운전자 부주의’로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당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운전자 과실이 0%일 때가 아니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가법 개정안의 형벌이 너무 과도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 글에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6만8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에게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자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전날부터 ‘민식이법을 철회해 주세요’, ‘민식이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습니다. 법안 개정과 정부 역할을 요구합니다.’ 등의 청원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을 계기로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화물차 기사는 “스쿨존을 지날 때마다 항상 조심하고 있지만, 법 시행을 이후로 단속이나 처벌이 강화된다고 하니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A씨는 “불가항력 사고는 제외하는 규정을 넣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차가 우선’이라는 운전자들의 인식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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