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 세계 영화는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한 문화 담론으로 기존의 예술 영화와 대중 영화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해체하며 현대의 영화적 이미지를 창출해 냅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많은 부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미학적 특징에 잘 맞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시민의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적 구성과 블랙 코메디적 온화한 사회비판을 담고 있음으로 인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공감을 형성하며 많은 흥행을 이루어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많은 상징과 은유를 통한 메타포의 활용과 현실주의 기반의 미장센을 잘 활용하였습니다. 냄새와 위선, 수석으로 표현되는 은유, 삼거리 반 지하, 지하 벙커가 있는 대궐 같은 박사장의 집, 얽혀있는 전기 줄, 계단 등으로 상징되는 미장센의 독특한 미학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료상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나라의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골목. 그 중에서도 유난히 계단이 많고 전선이 얼기설기 어지럽게 쳐져있는 동네의 작은 삼거리골목 반 지하집에 사는 김기택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딸 기정은 화장실 창문 쪽에 새로 생긴 카페 와이파이가 잡힌다며 좋아라하고, 아들 기우는 어느 날 외국 유학을 가게 됐다며 대학생도 아닌 기우에게 자신이 하던 고액 영어 과외를 넘기려 찾아온 친구 민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제공받습니다. 성인이 된 아들, 딸, 그들의 부모, 모두가 백수인 기택의 가정은 서울의 한 귀퉁이 마을에 계급의 바닥이라고 볼 수 있는 작고 불편하고 냄새나는 반 지하방에 사는 한 가족의 삶을 묘사하게 됩니다. 과외선생으로 들어온 기우에 의해 미술교사, 운전사, 가정부로... 모두가 박사장 집에 들어온 주인공들은 지하벙커에서 문광과 근세를 만나면서 아귀다툼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작 주인인 박사장은 알지도 못하는 지하벙커에서 피라미드의 밑바닥 인간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현실의 씁쓸함을 알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서로 다른 계급 간의 공존이 어려우니 하위 계급이 상위 계급들 사이에서 기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계급간의 관계,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뚜렷이 새겨지는 인간존엄성에 대한 조롱 등에 대한 메시지를 크게 던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과 냄새에 의해 구분되는 사회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잠시 역류를 하더라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바깥으로 꺼내진 수석이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신분상승의 욕망에 취해 아무리 용솟음을 치더라도 거스를 수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고발과 고민이 드러나 있습니다. 감독은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브레히트의 서사, 르네상스의 낭만을 함께 영화 속에 녹이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촘촘히 하고 있습니다. 체육관 임시대피소에 누운 세 사람. 기정과 기우가 지하벙커 사고에 대한 대책을 묻자,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라며 "그러니까 계획이 없어야 돼 사람은" 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기택. 그렇게 밤이 지나고 화창하게 개인 다른 어느 날, 다송을 위한 깜짝파티에서 자신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인상을 찌푸리는 박사장을 찌르고 마는 기택. 그렇게 터벅터벅 그 지하벙커로 숨어 들어간 기택과 돈을 많이 벌어 이 집을 사러 오겠다며, 그날이 오면 아버지는 계단으로 올라오시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기우의 내레이션. "아버지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과연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면 원하는 세상이 올수 있을까?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힘든 세상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힘을 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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