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용 청주시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유민용 청주시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퇴근시간 5분 전, 청소업무 담당자를 찾는 전화벨이 울린다. 누군가 주택 골목길에 쓰레기를 잔뜩 버려놔서 차량 통행이 안 된다는 화난 목소리의 민원인 전화다.

어둑어둑한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골목길 히어로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버렸냐?”라며 다세대 주택을 향해 소리치는 히어로의 성량이 최대치인 걸 보니 쓰레기 무단투기 상황이 심각한 듯하다.

골목 안에는 이불, 유모차, 의자, 음식물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넘쳐 났다. 버려진 쓰레기를 뒤져보지만 버린 사람을 찾지 못한 채 급한 대로 쓰레기를 정리하고 돌아왔다.

다음 날 다시 가 보니 어제의 히어로와 옆집 히어로가 나머지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었다. 두 히어로들 덕분에 어느새 골목이 다시 깨끗해졌다. 두 사람은 이웃사촌인데 쓰레기 무단투기가 잦은 골목길을 매번 청소한다. 한참을 골목에 서서 쓰레기 문제로 얘기를 나누고 돌아오면서 참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오후에는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살고 있는 집 앞 어린이 공원 주변에 며칠 전 누군가 밤에 몰래 대형폐기물을 버리고 가서 혹여나 공원 앞이 쓰레기로 지저분해질까 걱정돼 오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집 앞 주변을 수시로 쓸고,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세대를 찾아내 일일이 잔소리하시는데 이웃들은 그런 할머니를 요즘 말로 ‘프로 참견러’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공원 앞에 나가‘쓰레기 불법 배출 금지’현수막과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걸 보니 평소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한 장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대형폐기물 2개만 덩그러니 있을 뿐 주변 환경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웃들이 ‘프로 참견러’로 생각하는 할머니 히어로 덕분일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복대2동은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 대학 원룸촌이 많은 동네인데 몇몇 골목길은 쓰레기 무단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장소는 청소를 해도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다시 쌓인다. 쓰레기 배출에 대한 올바른 시민의식과 실천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열심히 골목길을 청소 중인 히어로들을 만날 때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좀 지긋하신 분들이 많고, 남들보다 주변에 대한 관심이 좀 많으신 분들이다. ‘오지라퍼’, ‘프로 참견러’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동네를 조금 더 아끼고 환경을 생각하는 분들이다.

1회용품 사용은 자제하고, 올바른 배출방법을 지켜 쓰레기를 배출하고, 내 집 앞과 내가 살아가는 골목길을 사랑할 줄 아는 우리 동네 골목길 히어로들이 곳곳에 더 많아지길 바란다.

청주 시민 모두가 히어로로 변신하는 그날을 꿈꾸며, 골목골목 이웃의 목소리와 체온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함께 잘사는 즐거운 청주’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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