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1만여명 찾던 무심천 벚꽃길 주말인데도 인파 절반
마스크 미착용 등 ‘눈살’…‘드라이빙 스루 벛꽃놀이’ 눈길

차량 내부에서 벚꽃을 촬영 하는 등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있는 시민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내린 시민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집에 ‘격리’돼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살 것 같네요.”

29일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 벚꽃길.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만개한 벚꽃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심천 벚꽃길은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찾는 청주의 대표적 벚꽃 명소지만, 봄비가 내린 뒤 다소 쌀쌀한 날씨에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면서 인파는 대폭 줄었다.

청주시는 벛꽃을 즐기는 상춘객을 대비해 공무원 130여명과 경찰 70여명을 배치해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지도·점검에 나섰다. 좁은 길에 시민들이 한꺼번에 지나다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무심동로(송천교~청남교)와 무심서로(흥덕대교~방서로) 구간에서 마스크 착용, 보행 시 2m 간격두기, 노점상 영업·음식물 취식 금지 등 시가 지난 25일 내린 행정명령 이행을 유도했다. 밀접 접촉을 막기 위해 보행은 한 방향으로 제한했다.

이날 경광봉을 들고 시민들을 안내하던 한 공무원은 “작년에 비해 무심천을 찾는 시민들이 절반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벚꽃길을 완전히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무심천 벚꽃 거리는 관광지가 아닌 데다 보행권 침해를 우려해 간접 통제 방식을 택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과 간격을 두면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눈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토요일인 28일의 경우 다소 쌀쌀한 날씨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했지만, 일요일인 29일은 포근한 날씨 속에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벛꽃 인파 대부분이 가족이나 지인이다 보니 그룹별 거리두기는 됐으나 가족끼리 손을 잡거나 지인끼리 몰려다니는 모습이었다. 사진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었으나 공무원들도 이를 막진 못했다. 일부 금지된 음식물을 취식하거나 행정지도에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다른 공무원은 “전날(28일)에는 벤치에서 컵라면 등을 먹는 시민도 있었지만, 오늘은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신다는 민원이 1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서로 떨어져 다니라고 강압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심천 벚꽃길에 새로운 꽃놀이 풍속도를 만들었다.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꽃놀이’다.

길에 나서지 않고, 차량 내에서 무정차 꽃놀이를 즐긴 오모(32)씨는 “집에만 있기 너무 답답해서 부인과 함께 나왔다. 최대한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기 위해 차량 안에서만 꽃을 구경했다”며 “원래 10분 정도 걸리던 거리가 40분 이상 지체됐지만, 여유롭게 꽃구경을 했다는데 만족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종관 자치행정과장은 “보행자 신호대기 중에는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시민 대부분 직원의 안내에 잘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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