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코로나19로 학교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교육계 안팎으로 불안감과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해 충격이 더욱 커졌다.

이른바 ‘n번방’으로 대표되는 성 착취물 유포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거대한 파도처럼 계속 커지고 있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한 뒤 모바일 메신저로 퍼뜨려 돈벌이한 작태가 충격적이기도 하겠지만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영상물 추가 유통 차단, 게시물 삭제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고 유사 범죄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이번 사건은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내용이 칡덩굴처럼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되지만 피해자 스스로 신고를 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동안 영상을 유포할 것이란 협박에 신고할 엄두도 못 내고, 주소·이름까지 바꿔가며 숨죽여 지내야 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름마저 흡사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각각 설치하는 등 뒤늦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데 요란한 말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엄벌해야 함에도 적발된 범죄자의 8할 이상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독버섯을 키운 꼴이 된 셈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성 착취물을 단순 열람하는 사람까지 강력히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해 '한 번만 걸려도 끝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해서는 불관용의 원칙과 가중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스마트폰은 아기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물건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세상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근원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n번방' 사건으로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절박하다.

따라서 성인지 감수성과 성에 대한 왜곡된 관점의 폭력성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도 늘어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도 이런 현실과 세태를 반영해 세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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