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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기자가 국회의원을 고소했다
동양칼럼/기자가 국회의원을 고소했다
  • 김영이
  • 승인 2020.03.3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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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정치인들은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예민하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짜뉴스’라고 판단하면 여지없이 고소고발에 들어가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 자신이 떳떳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기사로 인한 피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선거 기사 관련 고소고발은 대개가 후보나 그 측근들이 해 원고가 되고 기자는 피고 신분으로 방어적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생겼다. 보기 드물게 기자가 현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아무렇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문 격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충남 계룡의 인터넷 매체 ‘충청메시지’ 조성우(60) 기자는 지난 27일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미래통합당 정진석 국회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허위사실 유포 등)로 검찰에 고소했다. 부여군과 관련해서는 대전지검 논산지청에, 공주시와 청양군과 관련해서는 대전지검 공주지청에 각각 소장을 접수시켰다.

정확히 말하면 정 의원의 고소에 맞고소한 것이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조 기자를 상대로 자신을 비방하는 허위보도를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혐의(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로 검찰과 중앙선관위에 고소했다.

‘국회의원과 기자의 맞고소’ 난타전 사연은 이렇다.

조 기자는 지난달 24일 ‘통 큰 거짓말로 총선에 나선 정진석 국회의원’이란 제목의 기자수첩을 통해 정 의원이 유튜브에서 주장한 지역구 예산확보가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정 의원은 지난 3월 2일 지역구인 공주시, 부여군, 청양군 편으로 각각 제작된 유튜브에서 20대 국회 임기동안 5조 8575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0년 본예산 가운데 자신이 공주시 6265억원, 부여군 6110억원, 청양군 4442억원의 역대급 예산을 확보했다고 역설했다.

조 기자가 ‘거짓’이라고 문제 삼은 게 이 부분이다. 조 기자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특별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으로 한정돼 있어 일정 부분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지 자신이 직접 예산을 확보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올해 이들 지역의 본예산은 공주시 8088억원, 부여군 6168억원, 청양군 4049억원이다. 한해 총예산은 지난해 공주시가 1조 965억원일 만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본예산보다 훨씬 늘어난다.

하여튼 정 의원이 확보했다는 예산은 공주시는 본예산의 77.5%, 부여군은 99%, 청양군은 오히려 본예산보다 393억원 많은 109.7%를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 한해 본예산의 대부분을 국회의원이 확보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은 국정을 펴는 게 기본이지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지역 민원을 외면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체장들과 합심해 중앙부처를 상대로 예산확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해당 자치단체가 발표하기 전 미리 보도자료를 뿌려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곤 해 자치단체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갑의 위치에서 숟가락 하나라도 얹어 놓았으니 대놓고 반박할 처지도 못 된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허위사실 유포나 흑색선전 등 악의적 여론 조작에 대해선 법대로 대처하면 된다.

조 기자는 기사가 나간 후 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의 간곡한 부탁으로 해당 기사를 내렸으나 정 의원의 고소 사실을 확인한 후 삭제했던 기사를 복원했다고 한다.

정 의원의 역대급 예산확보 논란을 보면서 공주시와 부여군, 청양군은 만약 정 의원이 없었다면 한 해 예산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1999년 고 김종필 총재의 특보로 정치에 입문한 정 의원은 5선을 노리는 충청권 대표 정치인이다. 한국일보 기자로 두 번의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받는 등 15년간 기자생활을 해 기자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초미의 관심인 기자와 국회의원의 맞고소 건은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사법당국이 밝혀낼 일이다. 이왕이면 선거일 전에 결말이 났으면 한다. 또 유권자 판단을 흐리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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