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지난 31일 시설 전격 폐쇄...아동학대, 성폭행 등 논란 끊이지 않아

[동양일보 한종수 기자]반세기 넘게 전쟁고아 등 불우아동에게 희망을 심어온 충북희망원(사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청주시는 지난달 31일 아동학대, 성폭행 등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이 시설에 대해 전격 폐쇄 명령을 내렸다.

시는 지난달 20일 시설폐쇄처분 사전통지를 한 뒤 청문절차 등을 거쳐 이날 시설폐쇄를 결정했다.

시설이 폐쇄되면 이곳에 있던 아동·청소년들은 다른 시설로 배치하고, 보조금·후원금 등으로 조성된 재산은 회수조치를 하게 된다.

또 충북도는 충북희망원의 법인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할 것을 보인다.

충북희망원은 1948년 1월 김치은씨가 청주시 탑동 동산교회 근방에서 미인가 시설로 운영한 것이 시초다.

그 뒤 7개월 만에 미국인 선교사 허마리아 여사가 인수한 충북희망원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잠시 제주도 시대를 맞는다.

당시 원감이었던 고 김경해 장로는 전쟁고아 24명을 인솔하고 제주도로 피란했다가 1952년 6월 충북희망원으로 귀환, 그때부터 실질적인 책임자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후 충북희망원은 1973년 지금의 위치인 청주시 신촌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경해 장로는 1918년 1월 7일 생으로 고향 평안북도 평북에서 목장사업을 하다 30세인 1948년 월남, 재산과 자신의 삶을 사회복지사업에 모두 던진 장본인이다.

1964년 허마리아 여사가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원장을 맡게 된 김 장로는 2004년 3월까지 40년간 충북희망원의 대부이자 산증인으로 사회복지사업에 평생을 헌신했다.

한 평생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불우아동을 올바르게 양육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으며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워 지역사회 귀감이 됐다.

충북희망원을 거친 아이들은 현재 목사 등 사회 동량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원생 간 성관련 사건과 종사자들의 아동학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근 이 시설에선 원생 간 성폭행·성추행 사건 재판에서 원생 1명이 보호처분 1년을 받았고, 5명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 1월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시설 종사자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은 다 바쳐 불우아동을 위해 헌신한 고 김경해 장로의 숭고한 뜻이 70여년 세월을 지나 빛을 다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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