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이후 도내 투표율 전국평균 이하
코로나19 감염우려 등 ‘투표포기’ 유권자 속출
자가격리자·입원 확진자는 사실상 투표 어려워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청남교에서 ‘(사전)투표소 선거인 간 1m 거리두기’ 홍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도선관위는 청주지역 다리 3곳(청주대교·청남교·방서교)과 성안길 주변에 투표참여 관련 현수기를 설치하고, 비대면 홍보를 펼치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21대 국회의원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총선 투표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복잡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불만과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을 호소하며 투표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모(여·65·청주시 흥덕구)씨는 “폐암 치료 경력이 있는데 괜히 투표장에 갔다가 병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며 “사전투표 기간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리는지 보고 나서 투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1 협의체’ 주도로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또다른 김모(71·청주시 상당구)씨는 “자기들 좋으라고 선거법을 마음대로 바꿔놔 선거가 난장판이 됐다. 당이 너무 많아 우리 같은 노인들은 헷갈리기만 한다”며 “코로나도 겁나고, 복잡한 선거에 잘못 찍기라도 할까봐 아예 투표를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보들도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더라도 저조한 투표율의 영향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투표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선거가 끝난 뒤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충북의 역대선거 투표율은 낮은 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분석결과 충북의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6%로 전국평균(54.2%)보다 높았으나, 같은해 18대 대선(75%·전국평균 75.8%)과 2016년 20대 총선(57.3%·전국평균 58%), 2017년 19대 대선(74.8%·전국평균 77.2%)에선 모두 전국평균보다 떨어졌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도 충북 투표율은 59.3%로 전국평균(60.2%)보다 낮았다.

충북도선관위는 적극적인 투표 독려 캠페인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특히 2주 동안 밖으로 나설 수 없는 자가격리 대상자와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사실상 투표가 쉽지 않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투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먼저 코로나19 확진자는 ‘거소투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을 위한 제도를 확진자가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3월 24~28일 신고기간 중 충북에선 3048명이 접수했다. 그러나 신고기간이 끝난 3월 29일 이후 확진판정을 받거나 접촉자 등으로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는 거소투표에 참여할 수도, 투표소에 갈 수도 없어 사실상 투표 참여가 어렵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환자라면 센터에 설치된 특별 사전투표소를 이용할 수 있다. 제천국민연금공단청풍리조트가 최근 운영을 마치면서 도선관위는 제천국민건강보험공단인재개발원, IBK기업은행충주연수원, 보은 병무청사회복무연수센터 등 3곳의 생활치료센터에 사전투표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거소투표 신고기간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조정이 어렵고, 모든 병원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인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유권자를 위한 코로나19 대응책도 마련했다.

투표소에 가기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유권자 간 간격은 1m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마스크는 신분증 확인 때만 잠시 내리도록 했다. 또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한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기표소에 입장할 수 있다. 발열(37.5도 이상)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권자는 다른 유권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별도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도선관위는 또 투표 하루 전까지 도내 전 투표소에 대한 방역을 모두 끝내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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